13일부터 일반공개행사에 들어가는 제57회 프랑크푸르트모터쇼의 가장 큰
변화다.
대부분 메이커들이 소형차라기 보다는 경차에 가까운 새로운 유형의
소형차를 쏟아냈는가 하면 일부 업체들은 오히려 소형차를 보다 크게 내놓아
관람객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기존의 소형승용차가 어정쩡한 스타일이 돼 버리고 말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제 에어백이나 사이드에어백과 같은 안전장치, 엔진파워나 서스펜션의
기능을 제어하는 전자제어 장치는 일반적인 기술이 돼 버렸다.
따라서 각업체들이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기술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미국시장과는 약간 다른 얘기지만 차량의 고급화 현상도 두드러진 변화의
하나다.
<> 소형차의 양극화 현상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큰 주목거리는 역시
메르세데스벤츠가 출품한 A클라스와 스마트.
둘다 새로운 유형의 소형차다.
오는 10월부터 판매에 들어가는 A클라스는 이미 1만대가 넘는 계약실적을
올렸을 정도로 인기가 보장돼 있는 차종.
소형이면서 안전과 편의성이 충분히 고려돼 있는 이 차는 미니밴 스타일의
내부공간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고 있다.
벤츠가 이처럼 소형차 시장에 뛰어들기는 처음으로 이제 소형차가 후발업체
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경고도 담고 있다.
차체 길이가 3m60cm에 불과하지만 높이가 미니밴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
승하차가 편하다.
다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지만 벤츠 마크가 이 약점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벤츠가 스위스 시계 메이커 스워치사와 협력해 개발한 스마트도 같은
유형이다.
A클라스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모델은 6백cc 엔진에 2인승 모델인데다
차체 길이도 2m50cm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가 이번 모터쇼에 출품한 아토스나 대우자동차가 첫 공개한
M 100도 같은 유형이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 자동차업계 추세에 뒤지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소형차의 또다른 추세는 기존 모델보다 차체 크기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초소형모델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갈 것이 분명해지면서 기존 소형차는
오히려 중형차에 가깝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모델이 오펠의 아스트라.
벤츠의 A클라스나 스마트가 모터쇼 개막 이전부터 큰 관심을 끌어 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바로 이 모델이었다.
7년만에 완전히 새로워진 신형 아스트라의 가장 큰 특징은 차체 크기가
커졌다는 점.
길이와 폭이 기존 모델에 비해 커진 것은 물론 휠베이스는 무려 10cm 이상
확대됐다.
차체 전체에 아연도금강판을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스타일도 소형차 답지 않게 큼직큼직하게 구성돼 오펠 부스에는 연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아스트라의 미니밴 모델로 첫 선을 보인 자피라도 마찬가지다.
아스트라와 마찬가지로 시트로엥이 ZX의 후속모델로 새롭게 선보인 사라
역시 구형에 비해 전장이 10cm나 길어졌다.
삭소와 잔티아를 합친 형태인 새로운 디자인도 눈길을 끌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간판스타 골프,포드 소형차의 대명사 에스코트 등도 차체와
휠베이스가 각각 커지는 등 초소형차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 고급화 =차체가 작아져도 싸구려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초소형차에도 고급사양은 모두 붙어 있다.
예컨대 국내에서는 최근 발표된 현대 아토스가 8백cc급 경차인데도
에어백 ABS가 모두 달렸다해서 화제가 됐지만 이곳에서는 기본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미국과는 다른 점이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노령화하면서 부부가 생활하기
편리한 차량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형이면서도 편의장치는 최고급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소형차의 고급화를 부추기고 있다.
<> 종합전자제어장치 =이제 모터쇼에서 에어백이나 ABS와 같은 안전장치는
더 이상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
또 엔진을 제어하는 ECS(Engine Control System)나 EMS(Engine Management
System) 역시 차별화할수 있는 부품이 아니다.
모든 업체가 이런 부분은 모두 적응한 상태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츠나 BMW와 같은 선두업체들은 이제 다이내믹컨트롤을 이용해
주행중 예방안전에 주력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개의 전자제어장치로 서스펜션 브레이크 엔진파워 등을 종합제어하는가
하면 서스펜션의 댐핑까지도 제어한다.
따라서 과거 일본업체들의 전자제어장치는 장난감이 돼 버렸다.
[ 프랑크푸르트=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