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계에 해외박람회참가열풍이 불고 있다.

번득이는 아이디어제품이나 기술력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내수시장에서
재미를 못보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무궁무진한 세계시장의 고객들이 집결하는
해외박람회는 "꿈의 시장"이 되고 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나 중소기업협동조합 업종별협회나 진흥회
등의 주도로 참가하는 해외박람회에는 적게는 10여개사에서 많게는 30여
국내업체들이 참여, 즉석 계약실적만 5백만달러이상이 이뤄지고 상담실적은
수천만달러에 이른다.

KOTRA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해외박람회를 통한 수출계약은
1억8천7백19만달러에 상담실적은 8억5천9백30만달러.

지난해 같은기간의 1억3천9백22만달러와 6억8천90만달러에 비해 무려 각각
34.5%, 26.2%가 늘었다.

요즘엔 자금부담 때문에 박람회참여를 꺼리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지방관을 구성, 지방재정으로 참가비를 보조해 주는 등
참여에 앞장서고 있다.

이와함께 KOTRA도 10여년전부터 참가를 시도해 오면서도 수입장벽 등의
이유로 거부돼온 세계최대 시계 보석박람회인 바젤박람회에 지난 4월
한국관개설에 성공하는 등 박람회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박람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개척에 성공한 예로는 테라코타제품을
만드는 보연실업을 꼽을수 있다.

지난 9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이듬해인 지난해 봄과 가을 올해 봄등 세차례
에 걸쳐 프랑크푸르트 춘(추)계소비재박람회에 참가, 모두 2백14만달러어치
의 수출계약을 즉석에서 체결했다.

테라코타로 만든 사진틀 조형물등을 골동품처럼 보이도록 이끼와 녹이 낀
디자인으로 제작, 보수적 구매성향을 보이는 서구바이어들의 입맛에 맞춘
결과였다.

헤드지지대를 물결모양(웨이브)으로 디자인하여 충격을 흡수하는 테니스
라켓을 개발한 웨이브엑스도 박람회성공케이스.

지난해 애틀랜타운동용품박람회에서 미국 운동용품제조업체 에스투사
(ESTUSA)와 현지합작법인을 설립해 독점 공급하는 조건으로 10년간
2천만달러어치의 라켓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같은 박람회에서는 스쿼시
배드민턴라켓 등 6백만달러어치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또 플라스틱작동완구업체인 부산의 대성산업사는 작동완구가 교육완구로
변화하는 추세를 간파, 자체 개발한 "빙빙블록"으로 지난 1월 독일
뉴렌버그완구박람회에서 1백50만달러의 계약및 상담성과를 올렸다.

세계적 교육완구 "레고"와 차별화된 이 제품은 최근에는 매장테이블에
빙빙블록을 설치키로 한 미국 맥도날드사와 대규모 납품계약을 체결, 미국
에만 1백만달러이상 수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 일체형가구시스템을 생산하는 훼미리사는 지난 4월 도쿄의
굿리빙박람회에서 일본의 좁은 주거공간에 적합한 공간절약형시스템으로
2백70만달러의 현장계약을 맺었고 알루미늄사다리를 생산하는
아이지코퍼레이션은 지난 3월 쾰른 하드웨어박람회에서 1백1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8월23일부터 27일까지 열린 프랑크푸르트 소비재박람회에서는
고양시의 이온맥이 불린콩만 있으면 40분만에 두부를 제조할수 있는 기계를
선보여 광우병홍역을 치른 유럽인들의 대체단백질공급원으로 인기를 모았다.

국내시장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제품은 이미 지난 6월 뉴욕식품전시회
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 미국 동부와 서부지역의 판매를 전담할 에이전트가
나타남에 따라 수출은 시간문제라는게 이 회사 김홍배 사장의 설명이다.

프랑크푸르트소비재박람회에서는 이외에 폭죽등을 선보인 와이케이무역상사
와 에이스상사(팬시완구) 한국다보(전기사우나담요) 풍산경금속(피자팬)
한국게르마늄(게르마늄커피잔) 등 27개업체가 각기 독특한 상품을 앞세워
3백50만달러의 계약과 2천1백만달러의 상담실적을 거뒀다.

KOTRA 윤인한 해외전시부장은 "수출선이 없는 경우 짧은 시간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수출길을 여는데는 해외박람회가 효과가 크다"면서 "해외
시장개척에 애먹는 중소기업을 위해 지난해 51회이던 해외박람회참가를
올해 70회로 늘린데 이어 내년에는 1백회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청도 지난달초 전자의료기기와 조명제품 해외전시회참여업체
에 대한 국고보조등을 약속하고 앞으로 지원분야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해외
진출창구로서의 해외박람회 인기가 높아질 전망이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