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메라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대그룹계열의 카메라업체들이 채산성을 이유로 35mm(일반 필름용) 카메라의
자체개발및 생산을 잇달아 포기하고 있고 일부 업체들도 조립과 수입판매를
통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21세기 고부가산업으로 꼽히는 광학응용산업은 국내의 경우
자립기반이 채 갖춰지기도 전에 유실되고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카메라생산업체라고 불릴만한 기업은 삼성항공 아남정공
동원정밀등 3개사 정도다.

이중에서도 명실공히 "메이커"라고 할수있는 곳은 삼성항공 뿐이다.

동원정밀은 일본의 펜탁스제품을 주로 수입판매하면서 부분적으로 조립
생산을 하고 있는 정도.

사실상 카메라보다는 현미경렌즈가공 등에 더 치중하고 있다.

아남산업은 카메라부품의 약 30%를 국산화해 니콘브랜드의 제품을 조립
생산하고 있으나 주요부품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가져다 쓰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35 카메라보다 전자산업에 가까운 디지털카메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카메라사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현대전자 대우전자 LG 등은 아예
카메라 자체생산을 포기했다.

현대전자는 지난 7월 35mm 카메라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고 이천공장의
생산라인가동을 중단했다.

대신 일본제인 올림리푸스제품을 수입판매하고 디지털 카메라사업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대우전자도 일본산 야시카제품을 수입판매하다 이를 중단하고 올초 카메라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털었다.

이에앞서 LG는 줌및 단초점 카메라를 자체 개발하는 등 한때 사업을
활발히 벌였지만 지난 94년을 전후해 갑자기 사업을 중단하고 카메라 생산
라인 전체를 현대전자에 매각했다.

또 80년대 후반까지 카메라를 해외에 수출하는 등 선구적 역할을 해왔던
삼양광학공업도 90년대초 부도를 내고 지금은 쌍안경등 다른 제품에만
전념하고 있다.

선경 신도리코 등은 캐논 리코등의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항공만이 수출 3백만대를 포함해 연간 약 3백60만대
(3억달러)의 35mm 카메라를 생산하며 사업을 확장,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은 특히 세계적 카메라메이커인 독일의 롤라이사를 인수하고 중국
멕시코 인도 등에 생산공장을 두는 등 세계시장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도 5~6%로 올려 놨다.

70년대 후반 카메라사업에 진출한뒤 90년대초 자체모델을 개발한 것은
10여년간 축적한 노하우와 연간 2백억원이 넘는 기술개발투자가 만들어낸
결실이다.

그러나 삼성도 일반필름용 카메라 자체에서는 아직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고 디지털카메라 감시용카메라 계측기기
실물화상기등 광학응용산업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카메라업체들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속적인 기술투자가 요구되는 반면 수익등 가시적인 성과는 더디게
나타나는 카메라산업의 특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발을 뺀 국내 업체들은 하나같이 낮은 채산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국내시장이 협소하고 정체된 것도 업체들의 중요한 사업포기 요인이다.

지난해 국내시장 규모는 약 79만6천대(약 1천5백억~1천6백억원)선으로
95년(81만1천대)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여기에다 일본제 밀수카메라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밀수카메라는 국내전체시장의 무려 20%(약 3백억원)를 점하는 것으로
국내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고사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카메라산업과 광학응용산업을 발전
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뿐아니라 범정부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계인 한국광학기기협회전무는 "광학기술이 첨단기술이면서 모든 산업에
응용되는 기초과학기술의 성격을 띠고 있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독일과 같이 연구개발비의 25%를 정부에서 아무 조건없이 지원하는
적극적인 지원책만이 한국의 카메라산업을 키울수 있다고 삼성항공 관계자는
강조했다.

35mm 카메라 이외의 디지털카메라 APS감시용카메라 계측기기등 광학응용분야
로의 사업다각화 역시 카메라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미룰수 없는
과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