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바둑이 중국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고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류국수인 도은교5단(13)이 중국의 자존심 하이야난6단을 제압하고
세계아마여류선수권대회 원년챔피언을 차지한 것.

도5단은 이대회 우승으로 세계여자아마추어 최고봉을 차지하면서 현재
유일한 여류프로기전인 보해컵 대회를 석권하고 있는 중국의 벽을 깨뜨릴수
있는 한국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도은교5단은 5일 여의도63빌딩에서 끝난 제1회 대한생명배 세계여자아마
바둑선수권대회(한국경제신문 KBS 공동주최,대한생명 후원) 결승전에서
중국의 기대주 하이야난6단에게 흑으로 2백19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도5단은 중국 아마최고기사인 하이야난6단을 두번이나 완벽하게 제압,
명실상부한 세계여류최고봉에 오르며 상금 5천달러(한화 약 4백50만원)를
받고 아마6단으로 승단했다.

준우승한 하이야난의 상금은 4천달러.

이날 대국은 시종 밀고밀리는 치열한 접전양상을 보였다.

초반 포석단계에서 유리하게 대국을 전개했던 도5단은 중반전 좌상귀의
소극적인 작전이 역효과를 가져와 주도권을 하이야난6단에게 물려줬다.

열세를 확인한 도5단은 이후 중앙 백세력권에 침투해 역전을 노렸다.

그러나 하이야난6단의 침착한 응수에 기회를 잡지못해 불리한 형세를 반전
시키기에는 역부족인듯 했다.

도5단의 승부사 기질은 종반전에 빛났다.

초읽기에 몰리면서 중앙하변서 바꿔치기를 하면서 대역전에 성공한 것.

이후 하이야난6단은 재역전을 기도했으나 대세는 이미 도5단에 기울었다.

이에 앞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도5단과 하이야난6단은 각각 쾨스체기
다이아나4단및 스웨틀라나 치크치나5단을 불계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또 결승전과 동시에 열린 3,4위전에서는 한국으로 바둑유학을 온 치크치나
5단이 다이아나4단을 가볍게 불계로 제압, 당당히 세계3위에 올라 상금
2천달러를 받았다.

한편 4위에 이어 5명의 선수가 4승2패로 공동5위를 기록했으나 이 대회에서
적용한 스위스라운드 방식에 따라 카타르치나 쾨니히(폴란드)는 승점이 가장
낮아 9위로 밀려났다.

상금을 받는 5-8위 명단은 다음과 같다.

<> 5위 야마시타 치푸미(일본),
6위 스텔라 창(캐나다),
7위 데비 시몬(미국),
8위 시문코바 마르티나(체코)

<김형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