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5일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정계개편
주도 촉구 회견이 알려지자 여러 가능성을 짚어보며 진의파악에 주력했다.

국민회의는 김종필 총재의 이날 발언을 <>안양 만안 보선 승리를 계기로
추락한 지지도를 만회하고 <>여권으로부터 내각제 약속을 받아내 <>최종적
으로 후보단일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했다.

국민회의의 이같은 분석은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국민회의 창당
2주년 기념식에서 김총재가 축사를 통해 밝힌 공동집권의지를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김총재가 "안양 만안 승리는 양당의 공동승리이며 12월18일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시대적 소명임을 예고한 하늘의 뜻으로 양당은 더욱 공고하게 힘을
합쳐야 한다"며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DJPk 연합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물론 내부적으로는 김종필 총재가 대보수연합으로 급선회하기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을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김총재의 발언이 여권에서 대선패배 위기감속에 "대통합"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나온데다 이에 여권 일각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등 석연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회의는 김총재의 보수대연합 구상이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선을 미루면서까지 내각제 개헌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김총재가 신한국당의 이회창 대표를 비롯 경선패배자들과 연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인물대결성격의 대선에서 김총재나 이대표가 대연합 단일후보로
출마, 김대중 총재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최악의 경우 과거 3당 합당과 같은 "반 김대중연합" 구도가
다시 출현할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회의는 김대중 총재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이런 구도는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 조순 총재나 이인제 경기지사 등은 이에 가담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 김종필 총재로서는 여야를 넘나드는 줄타기를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설사 여권이 다자연대에 성공, 김대중총재에 정면 대항하더라도 다자연대내
갈등과 비판적 여론 때문에 대선에서의 승산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에서는 오히려 이번 김총재의 제안이 신한국당에 새로운 분란의
불씨가 돼 김총재의 진의와 무관하게 김대중 대세론의 확산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