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통화위기는 어느 대륙으로 옮겨갈 것인가.

94년말의 멕시코에 이어 최근에는 태국 등 동남아지역이 심각한 통화위기를
겪고 있자 세계 금융가는 다음 대상 가능지역을 분석하는 작업에 분주하다.

그 지역을 미리 파악하면 환리스크를 줄일수 있을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상당한 환차익을 올릴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위크지는 이와관련, 최신호(9월8일자)에서
새로운 진원 대상지로 브라질을 조심스럽게 꼽고 있다.

브라질의 레알화가 제2의 바트화(태국)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 첫째 이유는 브라질의 경상적자폭이 지나치게 커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수입이 급증하면서 금년 2.4분기중 이나라의 경상적자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로 확대됐다.

또 7월중 경상적자폭이 전년동기비 54% 늘어나는 등 수지 악화는 계속되고
있어 금년말에 가면 그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는 지난해의 2%대는 물론 일반적으로 한국가가 금융혼란을 겪을수
있는 위험수준인 3%대도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얼마전 브라질은 경상수지 악화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 것도 단순한 우려의 소리는 아닌 셈이다.

현 정부가 국내 인플레를 안정시키는 방안으로 레알가치를 미국 달러화에
연동시킨 것도 또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달러화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레알화는
브라질의 경제능력 이상으로 고평가 됐다는 얘기다.

이 잡지는 경상수지 악화와 레알의 고평가는 동남아국가들과 비슷한 상황
이며 브라질정부가 레알화의 평가절하를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잡지는 물론 브라질이 민영화작업을 계획대로 추진해 외국자금이 대량
유입되면 이런 고비를 넘길수도 있다고 전제, 그러나 멕시코도 이같은 과정을
밟으면서도 페소화를 점진적으로 평가절하했었다는 사실을 그 근거로 들었다.

결국 브라질도 레알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으로 인해 동남아 못지 않게
국제 환투기꾼들의 "작전"대상이 될 여지가 커다는게 이잡지의 주장이다.

실제로 동남아 통화위기가 나타난지 수일후인 지난 7월15일 외국 투자자들이
브라질 금융시장에 불안을 느껴 주식을 투매, 브라질 상파울루증시의 주가가
하루만에 8.5% 폭락한 과거가 있다.

그만큼 브라질경제도 외부의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받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이 잡지의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영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