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천만원을 빌려드리고 이자는 3백만원에 대해서만 받겠습니다"

세일즈중 세일즈라고 일컬어지는 보험영업맨으로 성공한 미국의 베리
케이씨가 즐겨 사용하는 화법중의 하나다.

언뜻 듣기엔 황당무계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여기에다 1억5천만원을 신용으로 대출해준다고 하면 더욱 더 믿기지
않을게다.

갑작스런 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장성보험에 대한 설명을 거액
신용대출에 빗대 말하는 그의 영업전략을 따지고 보면 과장끼가 없는 것은
아니나 한편으론 일리가 있기도 하다.

보장성보험을 설명하기 위한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앞으로 5년안에 당신이 갑작스레 사망하면 당신은 어린 자녀를 위해서도
어느정도 상속재산을 남겨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당신은 불행하게도 1억5천만원정도 하는 아파트이외에 다른 재산이
없다고 치자.

결국 남은 가족들은 아파트를 팔아 전세집을 전전하면서 어렵사리 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보험사는 1억5천만원을 아무런 조건없이
지급하고 원금을 되돌려 받지 않는다"

사망보험금 1억5천만원짜리 보장성보험에 가입하는 일을 이처럼 "무상환조건
신용대출"로 풀어가는 것이다.

이 계약을 위해 당신이 내는 보험료는 월 5만원선.

1년이면 60만원, 5년동안이라도 3백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더구나 5년간의 계약기간동안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당신이 낸
보험료는 모두 되돌려 받을수 있다.

결국 당신은 5년동안 보험료로 낸 3백만원에 대한 이자만 손해보는 꼴이
되는 셈.

일반인들이 보험을 꼭 필요한 것으로 느끼지 않는 이유는 입어보거나
먹어볼 수도 없을뿐 더러 매월 소중한 주머니돈을 내도 나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올지 마음에 전혀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만인은 일인을 위해 일인은 만인을 위해" 라는 그럴싸한 캐치플레이즈를
내걸고는 있지만 이 역시 추상적이긴 마찬가지.

그럼에도 지난 96년 한해동안 국내에서 생명보험에 새로 가입한 건수가
무려 1천3백88만3천8백44건에 이른다.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수도권의 인구를 웃돈다.

이 기간중 보험권에 들어온 돈만 총 51조6천2백94억원.

보험 대중화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실감할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가입자 입장에선 그게 아닌 것 같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느낌을 받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소나기를 피할수 있는 우산처럼
우리네 생활의 필수품이며 중요한 투자활동중 하나다.

투자의 성공여부는 정확한 정보에 달려 있다.

보험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필요한지, 또 우리들과 항상 마주치는
보험영업인은 누구인지 그것을 알아보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