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어 왔다.

지난 연초 한보 부도이후 진로 대농 기아그룹 등 초대형 기업들의
연쇄적인 자금난은 금융불안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환율 금리 주가가 모두 극도로 민감하게 움직이는 등 동남아형
외환위기가 한국시장에서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감마저 팽배해졌다.

한국경제신문은 이같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해소방안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긴급 진단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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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말 주신분 : 정해왕 < 금융연구원 부원장>
김진만 < 한미은행장 >
김동원 < 수원대 교수 >
강창희 < 대우증권 상무 >
장석희 < 대신경제연 실장 >
박원암 < 홍익대 교수 >

최근의 금융 시장 동향에 대해 각분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위기"라는데
인식을 갖이 하고 정부가 보다 현실성 있는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경제가 아직 구조전환 과정에 있는 만큼 정부가 시장논리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기아그룹에 대한 해법을 분명히 제시하는 등 대안을
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아해법으로부터 금융위기를 풀어가야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금융위기와 관련해서는 금융기관들간의 신뢰회복이 급선무이며 신뢰
회복은 바로 정부의 기본 역할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어음제도의 일대개혁이 필요하고 기업들도 종래와 같은 차입경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당장의 외환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환 보유고를 시급히 늘리는 등
정부의 정면대응이 필요하고 증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증권이론에
대한 공허한 이론보다는 한통주 상장 연기 등 가시적인 위기대응적 정책이
긴요하다는 주장도 많았다.

<> 최근 금융시장의 성격 규정

= 미국 컬럼비아대 미시킨 교수의 정의에 의하면 금융위기는 금융시장이
생산적인 투자기회를 보유한 기업에 자금을 효율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같은 정의로 보면 최근 우리나라 금융상황은 분명 위기적 측면을 갖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정해왕 부원장)

특히 최근의 금융위기는 기업도산-종금사 부실채권 증가-종금사 자금난
악화-은행위기-자금회수-기업연쇄 도산이라는 구체성을 갖고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악순환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바로 이 악순환에 대한
우려감이 최근 금융위기감의 본질이다. (김동원 수원대 교수)

지난 8월25일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으로 위기감이 상당히 해소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위기가 재연될지 알수 없다.

특히 동남아형 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동남아 외환위기가 우리나라에 밀어닥치지 않을까하는 것이 위기의
본질이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

<> 금융위기의 원인

= 정부의 정책과 시장의 상황이 충돌하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단기적 상황과 자율화 및 시장원리에 맞겨야
한다는 장기적 목적이 충돌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자체를 안정시키는 데 적극 나서야 하는데 위기
대책의 타이밍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김동원 수원대교수)

사실 거시경제 상황으로만보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

자금수요도 적고 설비부진 등 금리하락 요인이 더욱 크다.

그런데도 금리가 오르고 자금의 유출이 발생하는 위기적 상황이 생겼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MMDA로의 자금흐름이 빠라진 것도
2금융권 자금난을 부채질했다.

4차 금리자유화등도 정책방향은 옳았지만 정책의 진행이 너무 빨랐다는
얘기다. (강창희 대우증권 상무)

그결과 금융기관들간의 지나친 경쟁과 불신감이 높아진 것도 무시하지
못할 원인이다.

최근 상황은 금융기관들간에 스스로를 향해 부메랑을 던지고 있는 것과
같다.

위험을 상대방에 전가하는 일종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다.

불심감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김진만 한미은행장)

<> 금융위기 해소 대책

=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구조조정대책외에 시장대책도 필요하다.

시장원리만을 고집하는 정부의 입장이 해외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신뢰를 회복할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박원암 교수)

역시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라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정책이 신뢰를 주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어음 제도와 기업신용평가에 일대 개혁적인 조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교수)

이같은 원론외에 정부의 결자해지적 자세도 필요하다.

사실 금융위기는 정부가 지나치게 서두른 때문이기도 하다.

부도협약 한은제도개편 등 한꺼번에 너무많은 것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차례차례 풀어야 한다.

특히 기아문제 해결은 사태해결의 관건이다.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 (강창희 상무)

정부외에 금융감독당국에도 문제가 많다.

부실의 문제는 곧 감독정책의 실패를 뜻한다.

은행들 스스로도 이제는 제대로 된 재무제표를 만들고 공표해야 한다.

이점이 신뢰의 기초다. (정해왕 부원장)

<> 외환 및 증권대책

= 외환보유고를 높이는 것이 긴요하다.

채권투자의 조기개방과 확대는 이런 점에서 좋은 대안이 될수 있다.

달러가 풍부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은 외환 및 증권시장
안정에 필수적인 심리적 안정장치가 될 것이다.

한통주 상장연기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장석희 대신경제연구소 실장)

특히 우리나라도 투기의 타깃이 될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남미대륙을 흔들었던 92년의 주가폭락도 경제여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미국의 주가상승과 금리 상승이 한요인이었다.

특히 엔화 약세에 대비해야 한다. (박원암 교수)

시중에 돈이 없어 발생한 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저우는 알아야 한다.

돈이 많은데 무슨위기냐고 판단한다면 이는 최근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에 대한 불신감의 해소가 기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위기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안전판에 대한
기대를 주어야 한다. (강창희 상무)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