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대한생명배 세계여자아마바둑선수권대회 전야제는 대회개막을
알리는 오프닝 쇼 천둥소리" 큰북공연이 끝난뒤 KBS 아나운서 최승돈씨의
사회로 공식행사를 진행.

개막식은 박용정 한국경제신문사장의 대회사에 이어 홍두표 한국방송공사
사장의 환영사, 후원사인 대한생명 박종훈 사장의 기념사, 한국기원 현재현
이사장의 격려사 순으로 이어졌다.

한국경제신문 박용정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바둑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오묘한 수로 승부를 가리는 두뇌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에
발맞추어 여성바둑의 세계화를 위해 국제대회를 개최한 만큼 출전선수들은
개인적인 명예는 물론 참가국의 명예를 걸고 명승부를 펼쳐줄 것"을 당부.

또 대한생명의 박종훈 사장은 기념사에서 "이 대회는 바둑을 통한
국제우호증진과 문화교류의 새장이 될 것"이라며 "선수단들은 진정한
우의와 친선을 다지는 휴머니즘이 살아있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여자바둑의 진수를 선보여 달라"고 덧붙였다.

이후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각국 선수단이 소개됐고 이들은 조국을
대표하는 전통의상을 입고나와 관중들로 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이후 만찬행사에 이어 서울풍물단은 판굿, 두드리, 12발 채상놀이 등으로
행사장을 사로잡아 출전선수들은 환호성을 연발.

<>.이날 오후 63빌딩 3층 코스모스홀에서의 기념대국에는 이인제
경기지사와 신한국당 이수성 고문, 민주당 이수인 의원 등 정계인사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오후 3시 대국시간에 맞춰 도착한 이지사는 대기실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이고문 등과 반갑게 인사.

특히 이지사는 이고문과 중국방문 및 신한국당 최형우 고문의 병세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도.

이지사는 최고문의 병세에 대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말씀을 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언급.

이지사는 또 윤기현 9단이 "요즘 바둑 많이 두시냐"고 묻자 "국수님과
10판만 두면 많이 늘텐데 요사이 바빠 못두고 있다"고 화답.

아마5단의 실력을 자랑하는 이지사는 참가기사중 최고수인 중국의
하이야난 6단과 대국을 벌여 관심.

이지사는 최고수와 맞붙게된데 대해 "왜 그렇게 강한 사람을 붙여놨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길고 짧은건 대봐야 아는것 아니냐"며 자신감을 표시.

<>.이수성 고문은 오후 2시50분께 도착, 대기실에서 각계 인사들과 건강
바둑 등을 소재로 환담.

이고문은 "원래 바둑을 좋아한다"며 "복잡할 땐 바둑두는게 최고"라고
"바둑 예찬론"을 피력.

그는 또 "오늘 대국상대가 바둑강사인 일본 야마시타 아마5단으로
안다"며 "비록 내가 아마4단이지만 좋은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자신.

오후 2시55분께 친동생 이수인 의원이 도착, "형님이 와 계신줄 알았으면
내가 안올걸 그랬나 봅니다"고 하자 이고문은 "가면 내가 가야지, 바둑은
동생이 더 센데"라고 대답.

이의원은 아마5단의 실력으로 러시아의 스웨틀라나 치크치나 5단과 대국.

<>.이날 전야제에 앞서 열린 "명사대국 기념대국"은 대국전부터 두가지
색다른 모임으로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 하나는 대국장 옆의 갤럭시룸.

기념대국에 초청된 28명의 명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정계 재계 금융계 학계 등 각계 명사들이 함께하자 처음에는 다소
딱딱한 "거물급회의"를 연상케하는 분위기.

그러나 이들은 바둑을 좋아하는 동호인들.

서로 인사를 나눈뒤 곧바로 자연스런 분위기로 바뀌었고 일부에선
이처럼 부담없는 자리는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기도.

또다른 하나는 대국장.

서로 머리칼 피부색깔 등이 다른 미녀기사들은 처음엔 대화가 안돼
어색한 분위기였으나 각국을 대표하는 바둑선수답게 서로 수담을 나누는
등 가벼운 영어로 관심을 표명.

특히 일본의 야마시타 치푸미와 헝가리의 쿼스체기 티아나는 1시간
전부터 친선대국을 나누기도.

결국 일본기사가 불계승을 거뒀으나 두 기사는 승패에 관계없이 밝은
얼굴로 "탱큐"를 연발.

<>.오후 3시10분께 바둑기사와 28명의 각계인사는 바둑판을 마주 보았다.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예상됐으나 이내 자연스런 대화가 오가면서 미소를
짓기도.

초청인사들이 먼저 영어를 구사하면서 자연스레 대화를 유도해 기사들의
긴장이 풀리게한것.

이를두고 주최측은 역시 명사답다고 한마디.

특히 초청인사중 홍일점인 한일랑 여성바둑연맹회장은 라트비아 출신
기사에게 언제 바둑을 배웠냐, 직업이 무엇이냐는 등 자상하게 물어 주위의
시선을 끌기도.

< 김형배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