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과 이인제 경기지사의 27일 청와대 오찬회동은 사실상 결렬로
끝났다.

이날 오찬회동의 최대관심은 이지사의 독자출마 움직임에 김대통령이 과연
제동을 걸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그러나 회동결과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전혀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회동이 끝난뒤 가진 조홍래 정무수석의 브리핑에 따르면 당의 단합과 결속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김대통령의 당부에 이지사는 정치인과 당인으로서 정도를
걷겠다는 말로 응답, 본질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이지사는 특히 회동후 기존입장에서 달라진게 전혀 없다고 강조, 김대통령의
독자출마 만류 설득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석은 이러한 회동결과를 의식한 탓인지 "이날 오찬은 이지사의 독자출마
와 관련해 구체적인 결론을 내는 자리는 아니었다"며 만남 자체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조수석은 "당 총재로서 정국전반과 당이 처한 상황을 걱정하고 이지사에게
당의 결속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하루 전까지만해도 "이지사는 독자출마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것에 비추어 보면 이날 회동결과는 청와대의
의도대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있다.

청와대의 이회창 대표체제 굳히기 노력이 여의치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조수석은 이와관련, "당 결속을 위해 김대통령은 이지사 이외에도 여러사람
을 만나고 있다"며 "이번 회동도 그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이대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조수석은 그러나 "이지사가 김대통령의 당부에 중압감을 느끼고 있어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신중하게 행동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지사가
당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결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일말의 기대감을
표시했다.

청와대측은 이날 회동이 이지사의 독자출마에 대한 가시적인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김대통령이 이대표를 중심으로 대선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지사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받은 만큼 좀더 시간을 갖고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처신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