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및 환율의 급등은 국내경제의 구조적 부실에서 비롯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잇단 도산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졌고 해외신인도하락에
따른 차입여건의 악화는 금융기관의 부도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으로 쓸고가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종금사들은 원화로 외화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원화자금
까지 고갈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기업들도 치솟는 금리와 환율에 속수무책이다.

환차손이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가 하면 운영자금도 부족한 판에
비싼 당좌대출금리로 추석자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금융시스템이 마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금리 =19일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 13.14%로 전날보다 0.18%포인트가량
떨어지면서 급등세가 한풀 꺾였다.

전날 한국은행이 RP(환매조건부채권)를 매입, 1조1천억원의 자금을 공급
한데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팔자"세력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향후 금리상승을 점치는 기관투자가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콜금리와 달리 회사채 CD(양도성예금증서) CP(기업어음) 등 중장기금리는
이날도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연 12.32%까지 치솟아 지난 5월9일(연
12.33%)이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환율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은이 달러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화환수 우려감이 확산돼 금리상승을 부채질했다.

CP할인처인 종금사는 원화가 부족, 할인해 주고 싶어도 못하는 형편이다.

오히려 보유어음을 돌려 부족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비교적 풍부한 매수여력을 지닌 은행신탁계정도 월말과 추석자금수요로
인해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 금리 호가만 높이면서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 환율 =외화자금 수요가 줄어들어 환율도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외환당국
의 전망은 하루도 못가 여지없이 빗나갔다.

시장의 불안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게 관계자들의 분석
이다.

실제 외화차입이 안되는 상황인데도 외화 상환자금이 필요해진 일부
기관들은 "환율불문"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모습도 나타났다.

또 환율이 더오를 것을 우려한 기업들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보유, 수요초과를 부추겼다.

특히 외환당국이 그동안 암묵적으로 시장 참가자들에게 제시해온 저지선
에서 쉽게 후퇴한 점도 심리적 동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결국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심리가 9백원대 돌파를 허용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 전망 =추석 자금성수기를 앞두고 금리가 지나치게 오르자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대기업의 자금 가수요가 일고 있어 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
이다.

또 수그러들지 않는 "종금사 위기론"으로 단기자금 흐름이 계속 왜곡되고
있어 금리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앞으로 중장기 금리는 지금보다 0.1-0.2%포인트 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단기금리도 한은이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재급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할 잠재력이 크다.

무역수지가 개선되거나 외화차입여건이 좋아져 외화자본 유입량이 늘어날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동남아 통화가치가 급속하락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환율상승요인이다.

여기에다 유럽계 은행이 대거 크레딧 라인을 줄였고 산업 기업등 국가
신용도를 가진 은행들도 종금사에 대한 외화대출을 당초 1개월에서 1주일,
또는 하루짜리로 대폭 줄였다.

차입조건이 단숨에 좋아지기는 기대난인 상황이다.

다만 이날 "9백원대 이상은 안된다"고 이례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외환당국
의 의지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변수다.

< 박기호.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