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가 SF소설을 내 화제다.

천문대 천문정보연구실장 박석재(41)씨가 외계인과 UFO(미확인비행물체)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가리봉의 비밀"(예음)을 출간한 것.

"일반인들에게 천문학과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기 위해 썼습니다.
딱딱한 연구서보다는 소설형식이 더 친숙할 것 같았죠"

박씨는 "전문지식 때문에 소설적 상상력이 제약될까봐 오히려 걱정했다"며
"복선과 암시가 반복되는 추리기법을 도입하고 사건전개에 따라 초승달이
보름달로 변하는 일정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설악산 가리봉 부근에서 원인모를 괴질이 발생해 김씨 일가족 5명과
왕진의사가 목숨을 잃으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괴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매의 행방이 묘연하고, 무장군인의
탈영사건이 겹친다.

탈영병이 남매를 인질로 잡았다고 판단한 군은 내설악 일대를 포위하고
이들을 뒤쫓다 새까맣게 변한 시체를 잇따라 발견한다.

괴질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희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방송국 여기자
김근혜와 신문기자 최신성(천문학의 초신성에서 따온 이름)이 수수께끼를
추적한다.

평소 운석과 외계생명체에 관심이 많던 최기자는 사건발생 장소에서 추락한
외계인의 흔적을 발견하고 실마리를 찾아낸다.

소설속에는 "웜홀(4차원 시공간 지름길)"이나 "블랙홀"등 전문적인 천문학
지식이 녹아 있어 깊이있는 정보와 책읽는 재미를 동시에 제공해 준다.

"우리에게도 한국적 SF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서양인이 ET를 만나면 괜찮고
우리나라 사람이 만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막힌 인식"이 문제지요"

그는 "견우와 직녀성이 어느 것인지 가르쳐줄수 있는 부모가 1%도 안되는
상황에서는 다가올 우주시대도 남의 얘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모래알처럼 수많은 별 중에는 어떤 형태로든 "생명"이 담겨 있다는 것.

다만 사람을 닮았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문제.

그러나 외계생명체와 UFO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란다.

그야말로 확인되지 않은 "어떤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별을 보는 국민이 돼야 미래를 열수 있습니다. 도시 아이들에게 하늘의
별이 몇개냐고 물었더니 20개라고 대답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아이들의 꿈은 그들이 알고 있는 별의 숫자에 비례합니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초등학교때 갑천
에서 밤늦게까지 물고기를 잡다 올려다 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때부터
천문학자의 꿈을 키웠다"며 "피서지에서 아이들에게 꼭 별을 보여주라"고
어른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서울대 천문학과와 미국텍사스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텍사스대학
연구원을 거쳐 92년부터 천문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그간의 연구성과를
모아 "스티븐 호킹의 새로운 블랙홀" "재미있는 천문학 여행" 등을 펴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