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없는 부도유예''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기아는 각서를 제출하지도 않고 부도유예라는 혜택을 얻어냈지만 각서제출
거부에 따른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됐다.
결국 기아는 이제 채권단의 지원없이 자력으로 정상화를 모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채권단이 이번에 각서접수를 포기하고 부도를 유예해준 이유는 더이상
기다려봤자 기아가 경영권포기각서를 낼 것 같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민여론과 협력업체 때문에 당장 부도처리할 수도 없는 현실도 작용했다.
기아 각서제출거부는 권단의 붇유예협약 운용과정에도 상당한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기아를 선례로 경영권포기각서나 주식처분동의서
를 내지 않을 기업들이 생길지도 모른다"며 "이럴 경우 채권단이 흔쾌히
부도를 유예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채권단이 이번에 자금지원불가를 선엄함으로써 기아그룹은 홀로
위기를 헤쳐가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
금융권의 지원없이 자력으로 부도위기를 헤쳐 나가야할 부담을 안게된
것이다.
채권단이 경영권포기 각서문제로 "자존심"이 상한 만큼 앞으로 자금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9월중 신용평가기관의 실사결과가 나오는데로 선별정상화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채권단의 공식입장에는 "찬바람"이 쌩쌩 돈다.
따라서 채권단은 부도유예기간이 끝날때까지 자력회생이 어려울 경우
기아를 부도처리한뒤 제3자에게 인수시킨다는 방침을 굳혀 놓고 있다.
그안에 김선홍회장이 사퇴서를 낸다면 자금지원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기아의 회생여부는 부도유예기간중 자구를 통한 회생여력을 얼마나
쌓을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수 있다.
10월부터 교환에 회부될 어음의 결제및 연장이 원활하게 이뤄지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김선홍회장은 이 부분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김회장이 9월말까지 내심 기대하고 있는 자구수준은 1조4천억원.
이정도면 연말까지 대체적인 자금수금계획을 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설사 자금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대선국면에서 기아를 부도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게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이 이처럼 낙관적으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구가 예정될지도 의문이지만 제2금융권이 어음만기연장에 협조해 줄지도
미지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채권단이 제3자인수를 위해 어음결제를 연기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김회장이 "버티기"로 홀로서기르 선택한 만큼 만일 기아의 정상화가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김회장쪽으로 쏠릴수 밖에 없게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