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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구의 중소기업 이야기] (18) '건강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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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화공단에 있는 창화금속의 철판가공 공장안.

    사흘전 이곳에 잠시 들렀다.

    후덥지근한 날씨인데도 공장중앙에 있는 기계앞에서 한사람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컴퓨터화면을 살피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봤다.

    안면있는 얼굴이었다.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반갑게 대했다.

    김민호씨(40).

    그는 정말 색다른 일을 한다.

    그의 직업은 머신닥터.

    기계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해준다.

    이날 그의 환자는 길이 17m의 슬리팅 머신.

    그는 인체진단시 초음파진단기에 해당하는 "바이브레이션 뷰"를 활용,
    현장에서 기계의 건강상태를 파악해나갔다.

    기계의 건강을 진단하는 핵심은 진동.

    "진동이 심한 기계는 이미 질병에 감염된 상태에 해당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날 진단을 받은 슬리팅 머신의 진동치는 0.6in/s.

    in/s란 진동을 측정하는 단위.

    이 단위로 0.3을 넘어서면 일단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준이다.

    이 기계는 이날 전치 1주일의 진단을 받았다.

    김민호씨는 어릴 때부터 머신닥터가 될 조짐을 보였다.

    어떤 기계든 일일이 뜯어보고 다시 조립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일찍부터 기계와 사람사이도 서로 마음이 통할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현대자동차연구소에서 연구원생활을 하다가
    중소기업진흥공단 기계지도위원이 되면서 기계에 예방의학을 도입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이렇게 마음을 굳힌 이유는 국산기계들이 진동에 너무나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

    국산기계는 신제품인데도 경고치보다 무려 6배나 높은 18까지 자주 나타나는
    걸 발견하고선 진동연구에 파묻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우리나라 기계들이 진동에 의한 고장으로 연간 2조원정도
    의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품목은 펌프.

    이는 연간수요가 1조원정도인데 전체의 60%인 6천억원어치를 매년 수입해
    쓰고 있다는 것.

    수입품을 쓰는 이유는 역시 진동으로 인한 고장 탓.

    석유화학공장이나 광어양식장 등에서 진동으로 인해 펌프가 한번 고장나면
    2억원 정도의 손실은 보통이다.

    따라서 기계건강을 사전에 진단해서 질병에 걸리는걸 예방하는건 산업계의
    생산성 향상및 이익증대에 꼭 필요하다는게 그의 지적.

    그러나 그는 기계건강을 혼자서 진단할 컴퓨터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거의 2년간을 밤잠을 설쳐가며 고심하던 그는 중진공을 찾아온 캐나다
    국립연구원의 김영일박사를 만나면서 해결법을 찾았다.

    지난 93년 두사람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공장에서 쉽게 활용할수 있는
    바이브레이션 뷰를 개발해냈다.

    그는 기계도 생명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기계도 정성을 기울이면 틀림없이 보답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기계는 결코 갑자기 고장을 일으키지 않는다.

    주인의 무관심으로 조금씩 조금씩 진동이 늘어나 결국엔 부서져버리고 만다.

    자, 그렇다면 오늘은 한번 공장으로 내려가 혹시 우리회사의 기계가
    감기라도 걸리지 않았는지 정성껏 살펴보자.

    <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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