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엄숙한
작업입니다.

건축가는 단순히 집을 짓는게 아니라 문화를 창조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주)원도시건축의 대표 윤승중(60)씨가 한국건축 40여년을 반추하는
"건축되는 도시, 도시같은 건축"(간향미디어 9천원)을 냈다.

윤대표는 한국 현대건축의 두 거장 김중업 김수근씨의 뒤를 잇는 2세대
건축가.

이 책은 그가 지난 70년대부터 각종 매체에 기고했던 글과 틈틈이 남긴
건축관련 기록들을 한데 묶은 것이다.

그는 한 시대의 문화가 건축물에 집약돼 표출된다고 밝혔다.

한번 지어지면 긴 시간동안 존속되는게 건축물이어서 입고 먹는 것보다
역사성과 상징성이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그는 90년대 한국문화가 불안정 그 자체이며 뿌리채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지난 40여년간의 한국건축계를 돌이켜볼 때 가장 큰 사건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라 할 수 있습니다.

완공된지 5년밖에 안된 건물과 다리가 무너진 것은 세계건축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사고입니다.

이런 대형사고는 일차적으로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축과정에 책임이 있지만
근원적으론 우리 문화 자체가 부실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윤대표는 시대를 막론하고 건축원론은 중시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건축원론은 기능 안정성 아름다움 등 세 요소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특히 안정성은 모든 건축관련자가 실천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60년대 이후 산업화과정에서 서구의 테크놀로지를 이용, 대량 공급
위주로 건축이 이뤄져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전이 간과됐지요"

그는 최근 신진건축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한국적 정체성 정립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서양적 관점 대신 자연속에서 살아가려는
동양적 가치관이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60년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윤대표는 대한건축학회 이사, 한국
건축가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건국대 건축대학원 객원교수.

대법원청사, 한일은행과 제일은행 본점, 평촌 국토개발원, 청주 국제공항,
성균관대 수원 자연대캠퍼스 등이 그의 주요작품이다.

<박준동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