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경련부회장(효성그룹회장)은 이날 기조강연을 통해 지금의 경제
위기는 기업 금융권 근로자 정부 국민 등 경제주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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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지금 위기국면이다.

굴지의 대기업그룹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거나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가 이렇게 된 것은 각 경제주체들이 그동안 너무 잘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을 보자.국민들이 기업을 가장 못 믿는 것은 정경유착을 통해
부당이익과 특혜를 얻으려한 그동안의 행태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그동안 거짓말을 해온 탓도 있다.

문어발식 경영을 문제삼자 계열사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계열사를
계속 늘려 왔다.

은행들도 잘 한 것이 없다.

은행은 돈 장사를 하는 기관이다.

빌려줄만한 곳은 빌려주고 떼일 것 같은 데는 안 빌려주면 그만이다.

그것을 잘 못해 몇몇 은행이 거덜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관치금융 탓이긴 하다.

그러나 결국 금융시장이 이토록 불안해진건 은행이 자기 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어떤가.

지난 85년부터 10여년간 일본과 미국의 임금이 1백30% 정도 오를 때
우리나라는 무려 4백16%가 올랐다.

생산성을 상회하는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우리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임금 뿐만이 아니다.

근로자는 회사를 자기 회사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일부 기업에서는 작업현장 재배치까지 노조가 간섭했다고 한다.

과연 생산성향상이 있을 수 있을까.

정부의 잘못은 특히 크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않고 사사건건 개입만 해왔다.

최근의 차입경영개선방안만 해도 그렇다.

차입경영근절을 위해 대출한도를 법으로 정해놓으면 정말 경영능력있고
기술우위를 가진 사람은 사업을 할 수가 없다.

정부는 공복의 역할, 즉 홍콩에서 처럼 서비스만 해야 한다.

국민들도 반성할 것이 많다.

우선 스스로가 경제주체라는 인식을 못하고 있다.

또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는 평등 보다는 차등을, 형평 보다는 효율을 중시
하는 체제임을 알아야 한다.

경제주체들이 반성하고 서로 믿음을 쌓아갈 때 우리 경제 살리기의 길이
보일 것이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