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자동차 협력업체의 자금난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광주지역에 있는 협력업체의 대부분이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자금난으로 이달말을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시중은행 등 금융권과 광주시 및 중기청 등 기업 관련기관들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물품대금으로 받은 진성어음이 시중은행으로부터 할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조업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 대부분 업체의 어음결제일이 월말에 집중돼 있어 이같은 은행의
어음결제 거부가 이어질 경우 잔고 부족에 따라 잇딴 부도가 우려되고 있다.

협력업체의 부도는 궁극적으로 아시아자의 가동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1일 하룻동안 총 42개사의 협력업체가 어음할인을
거부당하는 등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아시아자동차 협력업체인 S사의 경우 21일 2천4백만원의 진성어음 할인을
위해 제일은행 명동지점을 찾았으나 상부지침이라며 거절을 당했다고 전했다.

또 M사도 이날 평소 거래하고 있던 중소기업은행 서광주지점을 찾아
2천만원의 어음에 대해 할인을 요청했으나 문제발생시 책임한계가 불분명
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D사와 G사 역시 1억1천7백만원과 1억2천9백만원의 어음할인을 외환은행
광산지점과 한일은행 하남공단지점에 요청했으나 상부지침불가와 담보요구로
기피당해 부도위기에 몰렸다.

이처럼 어음할인 거부에 따른 자금난으로 일부 협력업체에서는 아시아
자동차에 현금지급을 요청하고 납품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18일 아시아자에 주차레버 등 3백13개 품목을 납품하고 있는
소촌공단의 신도기업은 25명의 종업원에게 상여금 1천7백만원을 지급하지
못한데다 앞으로도 임금지급이 난감하다며 아시아자측에 할인이 안되는
어음보다 현금지급을 요구했다.

또 신도기업측은 돈이 없어 공장가동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21일부터
오는 25일까지 휴업을 하기로 했다가 일단 22일 오후 늦게 조업을 재개하는
등 협력업체의 정상가동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음할인 거부 뿐만 아니라 광주시를 비롯 중기청 등 경제관련기관들의
탁상행정도 협력업체의 어려움에 한몫을 더하고 있다.

시는 아시아자의 부도문제가 터지자 당초 경제원리에 의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가 17일 관계기관회의를 개최하고 송언종
시장이 시중은행에 어음할인을 호소하는 등 뒤늦게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에앞서 아시아자의 자금난이 표면화된 지난달 11일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광주시 중기육성자금중 78억원을 아시아협력업체에 우선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광주신보에 특례보증까지 요청했으나 신보에서 아시아 진성어음을
담보로 요청, 업체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 19일 청내에 협력업체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한 것에 그쳤고
상공회의소 경영자협회 등도 정부의 지원과 금융권의 진성어음 할인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나 실제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에
그치고 있다.

이에따라 협력업체들은 "아시아자와 협력업체들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구호에만 그치는 각종 공약발표보다는 실제 자금난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광주=최수용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