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에 대한 은행들의 자금지원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은행마다 입장이 틀린데다 기아측이 지난 19일 정상화자금으로 요청한
3천6백억원에 대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은행권공조를 유난히 강조하고있어
은행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을 경우 자금지원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은행은 기아그룹에 대한 은행의 자금지원분에 대해
통화채 중도환매를 통한 유동성지원방안을 검토하고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제일 조흥 신한등 채권은행단은 기아그룹이 긴급운용자금으로 요청한
3천6백억원에 대해 한마디로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조흥은행의 한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다"며 "부도유예협약에
따라 당분간 원리금상환 부담이 없어졌는데도 이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기아그룹의 자금여력에 대해 은근한 불안을 느끼고있다는 얘기다.

제일은행도 이만한 규모의 자금을 단독으로 지원하는데 난색을 표하고있다.

현행 부도유예협약에 따르면 기업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주거래은행이
우선 긴급자금을 빌려준 뒤 향후 채권은행단들이 사후정산토록 돼있다.

제일은행은 그러나 채권은행단과의 합의가 없는 이상 절대 단독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기아그룹이 자금난에 시달리기 시작하던 지난 6월16일이후 어느
은행도 제일은행의 자금분담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던 경험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앞으로 어느정도의 공조체제를 유지할지는
극히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서울은행의 한관계자는 "올들어 대다수의 은행들이 부실여신공포에
시달리고있기 때문에 은행권 공조에 별로 신경을 쓰지못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은행들은 유동성부족 문제도 걱정하고있다.

기아그룹 5천여개의 협력업체에 대한 어음할인등 신규 자금수요가
1조원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보증을 한다고는 하지만 자금운용측면에서 볼때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채권은행단의 공식입장도 원칙적인 수준에서 더이상
진전이 없다.

오는 30일 채권단회의를 거쳐 기아측의 구체적인 자구계획을 검토한 뒤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은행은 유동성부족이 걸림돌이라면 통화채환매를 통한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협력업체에 대한 은행들의 자금지원분에 대한 통화채 환매와 함께
기아그룹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아여신분에 대한 통화채환매는 다른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기업과의
형성성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부담이 생긴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