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검단동 종합유통단지.공단에서 대기업들의 물류기지와 전자
제품중심의 유통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검단단지의 첫머리에는 오는 26일
개점하는 프라이스클럽 대구점의 회원모집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프라이스클럽 대구점은 신세계가 서울 양평동에 이어 두번째로 설립하는
회원제 할인점.

매장면적이 3천6백평에 달하는 대형 할인점이다.

남진하는 대형유통자본의 모습은 검단유통단지에서만 볼 수 있는게 아니다.

여기서 시내 중심가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1km도 못가 북구 칠성2가 옛
제일모직 자리에 건설되고 있는 삼성물산의 하이퍼마켓형 대형할인점
"홈플러스"가 앞을 가로막고 나선다.

홈플러스는 매장면적 5천평규모의 초대형으로 오는 9월 문을 연다.

프라이스클럽과 홈플러스의 개점이 임박해지면서 대구지역상권에도 서서히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지 유통업계의 입장에서 볼 때 프라이스클럽의 회원모집 플래카드는
대형유통자본의 "공격"이 시작됐음을 알리말 깃발이다.

대구지역 유통업계는 그동안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이 양분해왔다.

양대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관계도 원만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토착유통자본이 다른 지방에 비해서는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95년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이 때부터 서울의 대형 유통자본이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

신세계와 삼성물산 외에 뉴코아 거평 효성등이 부도심권지역에 부지를
확보해 놓았다.

외국 유통업체인 까르푸와 마크로도 이미 대구에 말뚝을 박아놓았다.

대구지역 상권전쟁은 그러나 다른 지역과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백화점보다는 할인점에 촛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구진출을 추진중인 유통대기업중 백화점을 내기로 확정한 기업은 롯데
뿐이다.

다른 기업은 모두 할인점에 승부를 걸고 있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의 기반이 워낙 단단한데다 롯데의 진출이 예정돼
있어 대부분 백화점을 피하고 대신 할인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성서에 백화점을 내기로 했던 신세계도 업태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대구민자역사 내에 매장면적 1만평 규모의 대형 백화점
을 짓고 있다.

오는 2000년에 완공될 롯데 대구점은 도심상권을 단번에 장악할수 있는
가공할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우선 점포크기에서 대구지역 랭킹 1위인데다 대형 유통업체인 롯데가
상품력으로 밀어붙일 경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대형자본의 공략에 맞서는 대구지역 유통업체들의 수성전략은 크게
다점포화를 통한 입지선점과 할인점 사업 강화로 요약된다.

대구지역 유통업체들의 점포 늘리기는 사실 90년부터 시작됐다.

대구 부도심권과 포항 구미등 경북일대 부지매입에 들어감으로써 각 상권의
거점을 미리 차지하는 입지선점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에따라 90년대초 3개에 불과했던 대구시내 백화점(본점포함)이 지금은
6개로 늘어났다.

동아백화점은 지난해 대구 수성점,올해 대구 칠곡점을 오픈한데 이어
내년에는 포항점을 낼 예정이다.

대구백화점도 오는 2000년까지 대구상인점 구미점 포항점을 새로 열어
점포수를 6개로 늘리기로 했다.

할인점 사업은 백화점의 다점포화보다 다소 늦어 95년에 뛰어들었다.

동아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칠곡지구에 델타클럽을 선보인데 이어 내년과
99년에 대구 수성구에 하이퍼마켓, 성서지구에 비회원제 할인점을 잇따라
개점할 예정이다.

대구백화점도 내년과 99년에 할인점 D마트를 대구시지, 범어, 경북 구미,
서울 중계동에 연거푸 낸다는 계획이다.

동아백화점 장지국전무는 "20여년전부터 슈퍼체인사업을 해와 생식품에
관한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달 1일부터 회원제할인점인
델타클럽이 최저가보상제를 실시하는등 서울 업체와의 가격경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유통업계는 프라이스클럽이나 홈플러스등과는 겨뤄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까르푸 마크로등과 같은 외국계 할인점이다.

대구백화점 김태식상무는 "저금리로 자금을 들여올수 있는 외국업체들이
점포전개와 가격경쟁에서 가장 힘겨운 상대가 될것"으로 전망했다.

각 상권거점에 백화점이나 할인점을 갖다붙이는 맞불작전 외에 기존 점포의
재단장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대구백화점 구정모사장은 "본점은 패션상품중심의 고급백화점으로,
프라자점은 각 지역 고객을 폭넓게 유입할수 있는 대중형 백화점으로
뿌리내릴수 있도록 점포를 차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점포를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는 어떻게 차별화된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심어 주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된다는 설명이다.

1도심 5부심(칠곡 성서 월배 안심 시지)으로 크게 나뉘는 인구 3백만명의
대구상권.

이 상권을 놓고 서울및 외국 유통업체들과 대구 동아백화점등 지방 유통
업체가 벌일 샅바싸움에 유통업계와 이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강창동 신경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