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정밀의 최용식 사장.

사람들은 그를 보고 금형업계의 대부라고 부른다.

업계에서 발생하는 웬만큼 심각한 문제도 그가 나타나면 쉽게 해결된다.

짙은 눈썹 말끔히 빗어넘긴 머리칼과 더블버튼 콤비차림인 그가 파이프를
물고 등장하면 어느곳에서든 환영받는다.

그에겐 참 남다른 면이 많지만 그중 가장 특이한 것은 돈지갑이다.

그의 돈지갑은 항상 두툼하다.

그속엔 언제나 빳빳한 "배추잎"이 적어도 1백장정도는 들어있다.

요즘처럼 어딜가나 신용카드로 처리할 수 있을 텐데도.

왜 그렇게 현금을 많이 넣어다니는지 그에게 물어봤다.

"그래야 사람대접을 받지"

최사장의 대답은 너무나 간명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접대자리등에서 현금이 있어야 큰소리를 칠 수 있다.

그만큼 현금 선호도가 높다.

그런데 놀라운 건 최사장의 현금을 쓰는 태도.

그는 물품대금이나 음식값 등을 낼 때 결코 현금을 쓰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쓴다.

현금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꺼낸다.

누구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금방 써버리게 된다.

충동구매를 하거나 선심을 쓰게 마련.

그러나 최사장은 그렇지 않다.

현금을 돌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그대로 놔둔다.

지금까지 현금관리를 잘못하는 사람치고 장사 잘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때문에 현금관리는 바로 기업자금관리의 기초다.

기업의 돈이란 쉽게 밖으로 빠져나가게 마련.

전혀 빠져나가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영업사원이 5천원으로도 충분한 점심을 1만5천원짜리로 먹었다면
1만원이란 돈은 빠져나간 셈이다.

이 돈을 접대용 점심값으로 썼다면 잘못이라고 지적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얼마전 구로공단에 공장을 가진 중견그룹회장을 찾아갔을 때다.

그동안 국회의원을 오래하기도 한 유명기업인임에도 그 회장은 자금출납
전표만큼은 직접 결제를 했다.

수북히 쌓인 전표를 단숨에 넘기면서 사인해 나갔다.

그렇게 빨리 사인을 하면서 내용을 알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40년 이상 사업을 해온터라 누가 가짜 영수증을 올렸는지 척보기만
해도 다 안다고 대답했다.

가짜 영수증이 끼어있어도 일일이 문책을 하진 않지만 모르고 있는 것보단
훨씬 낫다는 것.

그는 사업을 하는 사람은 첫째도 꼼꼼이고 마지막도 꼼꼼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사장이 자신의 주머니돈과 회사돈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야말로 현금이 뭔지 모르는 경우이다.

현금관리에서 첫번째 수칙은 사장이 자기통장과 회사통장을 꼭 별도로
만들라는 거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자금관리가 엉망이 되는데다 나중에 세무문제에도
걸려 혼나게 된다.

또 현금을 쓸 땐 현금출납장에 꼭 적도록 하자.

들어온 돈은 절대 날짜를 넘기지 말고 은행에 입금토록 해야 한다.

적어도 사흘에 한번 정도는 현금출납잔액과 현금보유액이 같은지 확인하자.

현금지급승인자와 출납담당자가 동일인이 아니도록 하는 것도 자금관리의
기본이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기업의 현금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현금은 돌을 보듯 냉랭한 마음으로 살피자.

최용식 사장은 현금을 그렇게 꼼꼼히 챙기지만 모은 돈을 문화단체에
과감히 기부하는가 하면 최근 부도의 늪으로 빠져드는 다른 기업을 2개나
건져내주기도 했다.

현금을 잘 챙기는 사장이야말로 진정한 사업가가 될 수 있다.

< 이치구 중소기업 전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