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총회장 일가와 주변의 한보그룹 전.현직 임원들이 회사의 복원과
재산권 회복을 위해 조직적으로 나서는 등 눈에 띈 활동을 펴고 있다.
이는 정총회장이 훗날 재기를 향한 행보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심상치 않은 동태는 지난달말부터 포착됐다.
정총회장 일가는 지난달 20일 한보철강 재산보전관리단에 당진제철소
감정평가서와 의견서를 보내 "한보철강의 자산과 부채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하지 않고 대주주 등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공매 처분한다면
채권자나 일반주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총회장측은 또 한보철강의 총자산을 영업권 3조2백11억원을 포함해
총 8조7천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재산보전관리단의 실사결과(자산 4조9천7백29억원, 영업권은 미정)
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한보철강 재산보전관리단은 정총회장측의 이같은 행동이 향후 재산권
회복을 노린 것으로 보고 법원과 채권은행단에 주의를 당부했다.
또 정총회장 측근 인사들이 이달초 "직장정상화를 위한 한보인 모임"을
결성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신상익 그룹비서실장, 지규억 한보에너지사장 등 한보그룹 전현직 임원
20여명이 조직한 이 모임은 정총회장 편에 선 인사들의 구사대성격이 짙다.
실제로 이 모임은 발기식 이후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한보철강의 처리는
보다 합리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비록 제3자에게
인수되더라도 우리가 기울인 노력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모임의 핵심 관계자는 "(주)한보나 한보에너지 등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받더라도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한보그룹 직원들은 회사가 제3자 인수되기 보다는 정총회장 일가가 경영에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정총회장측이 향후 회사 경영권과 재산권 회복을
위해 본격적인 사전 정지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총회장 일가는 한보에너지 등 재산보전관리를 받고 있는 회사들로부터
아직도 경영보고를 받는 등 그룹 재기에 집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했다.
물론 정총회장 일가가 한보그룹의 경영권이나 재산권을 되찾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검찰이 정총회장 일가의 은닉재산 등 모든 재산을
몰수키로 한데다 국민정서상 정태수씨의 재기나 한보의 부활이 가능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그러나 국제그룹과 같이 세월이 지난뒤 기업의 재산권을 둘러싼 법정분쟁이
일어날 소지는 한보그룹의 경우에도 있을 수 있다는 일부시각도 있다.
정총회장은 지금 구치소안에서 아마도 그런 권토중래를 꿈꾸며 꿈틀거리고
있는지 모른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