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번잡한 생활에 지친 마음은 어디론가 멀리 떠날 곳을 찾는다.

이국적이면서도 왠지 낯설지 않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이탈리안 커피바 "산타 마리아"(3445-2154)에
들어서면 유럽의 어느 별장에 온 듯 아늑하다.

"산타 마리아"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구철(에이앤에이 대표)씨가
보금자리를 겸한 7층짜리 사옥을 지으면서 지하1층과 1, 2층에 마련한
공간.외관에서 실내장식까지 이탈리아의 시골집처럼 꾸몄다.

"모던한 건물은 지어진 순간부터 낡지만 컨트리풍은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흔적들로 인해 운치를 더하게 되죠"

신씨는 새 것만을 중시하는 요즘의 풍토에서 벗어나 10년 20년이 지나도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할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회벽마감위에 황토색으로 거칠게 칠한 천장과 벽, 적갈색의 대리석과
타일로 된 바닥, 손으로 직접 두드려 만든 철제 난간 등이 낮은 조도의
조명과 어우러져 고풍스러움을 연출한다.

돌로 만든 벽난로,오래된 원목을 다듬어 만든 가구와 서까래도 옛스러운
분위기를 내는데 한몫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은 먼저 2층높이의 키큰 아치창에 쏠린다.

녹색바탕에 미색무늬가 어우러진,약간은 바랜듯한 커튼이 중후한 멋을
풍기고 격자무늬 창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실내 전체를 따스하게
감싼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벽의 대형유화는 직접 주문해 그린 것.

곳곳에 걸린 작은 그림과 함께 예술적 분위기를 한껏 돋우며 어느 오래된
저택의 거실에 와 있는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1층 중앙테이블위의 꽃꽂이와 계단을 따라 나란히 배열돼 있는 화초들은
주인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

지하1층은 한쪽에 바를 만들어 유럽식 선술집처럼 꾸몄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화장실 세면대부분을 조명으로 강조한 점이
이색적이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