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의 최대 전력공급능력은 평시기준으로 3천8백15만9천kW이다.

예년의 소비추세로 볼때 최대 수요량은 3천6백12만1천kW.

지난해보다 못하지만 5%선의 전력예비율은 유지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폭염으로 인해 냉방용 전력소비가 급증할 경우 최대 전력소비량은
3천7백82만1천kW까지 치솟아 전력예비율 0.9%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곡예를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전력공급 중단사태까지 초래될수 있다는 뜻이다.

전력연구원 에너지.환경고등연구소 신기술그룹 박기준(29) 박사는 매년
될풀이 되는 전력난을 해소할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개발중이다.

인하대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를 거쳐 지난해 전력연구원에 합류한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무전극 황 전등"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 전등은 매우 특이하다.

보통의 전등과는 달리 내부에 전극(필라멘트)이 없다.

밀폐된 전등 내에는 아르곤 등의 가스와 소량의 황입자가 있을 뿐이다.

외부에 달린 장치로 전자파를 가해주면 황입자가 녹으면서 열전자를 방출
하고 이로 인해 가스가 활성화돼 빛을 내는 것이다.

황이 필라멘트의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이 전등은 효율이 뛰어나다.

그중 낫다는 삼파장 형광등이 와트(W)당 70~80루멘(lm)의 빛을 내는데 비해
이 전등은 와트당 1백20~1백50루멘의 빛을 발한다.

수명은 반영구적이다.

수은을 충전시키는 형광등과는 달리 폐기시 환경공해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효율이 뛰어나 상용화될 경우 전력소비량을 크게 절감할 겁니다.

현재 전체 소비전력중 20%정도가 전등용인데 절반정도만 이 전등으로 교체
한다면 10년뒤 원자력발전소 5개를 세우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기초연구 수준이다.

푸른빛이 감도는 백색광을 내도록 하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태양광과 유사한 빛을 내도록 하기 위해 보다 좋은 충전가스를 고르고
이 가스와 황의 비율을 최적화해야 하는 등의 할 일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자신있습니다.

형광등은 개념이 나온뒤 상용화될 때까지 75년이 걸렸지만 이 등은 곧
누구나 쓸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는 이 연구와 함께 또다른 방식의 전등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도 전등으로 사용할수 있도록 만드는 등 최고효율의
신개념 전등을 개발, 전력난 해소에 기여한다는 각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