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외국계 자금이 외국계 합작증권사를 통해 미도파 주식을 대량 매집한
적이 있다.

마치 미도파의 경영권이 인수하려는 듯이 주식을 한꺼번에 매집한후 이를
국내기관에 매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넘겨 막대한 매매이익을 얻었다.

국내기관은 미도파를 위협하여 외국인으로부터 산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미도파로 넘겼다.

M&A(기업인수합병)를 가장한 그린메일(Green)의 전형이다.

외국인의 경우 국내기관에 매집물량을 팔아 4백억원 이상의 매매익을 남겼고
국내기관은 미도파에 매각함으로써 3백80여억원의 이득을 보았다.

외국인과 국내기관이 미도파 주식 매매로 얻은 차익은 미도파 입장에서
손실이다.

그린메일에 대한 지급인 동시에 사후 방어비용이다.

미도파의 현재 주가가 주당 7천5백원선이기 때문에 실제 미도파의 손실액은
1천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회사의 본질가치 이상으로 오르는 것은 회사의 본질가치를 상승시킬만한
변화요인이 회사 내외에 존재하거나 시세조정 또는 적대적 M&A가 시도되는
경우이다.

미도파는 지난해 2.4분기부터 대량 거래속에 상승했고 3.4분기에는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4.4분기에는 단순한 시세조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누적거래량을 보였다.

3.4분기 들어 미도파에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충고하였으나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에는 크게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방어시스템을 가동할수 있었으나 적대적
M&A에 대한 인식이 불충분해 결국 1천억원 이상을 써야 한다.

적대적 M&A는 일종의 전쟁이다.

평소에 강인한 훈련과 충분한 물자와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 전쟁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는 것이다.

사전 방어시스템이 잘 구축돼있는 회사일수록 초기단계에서 적대적 M&A
시도를 무산시킬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든다.

미도파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사후 방어비용은 단지 비용문제를 떠나 회사
존립에까지 영향을 줄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과도한 그린메일 지급비용 때문에 경영상 곤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사례가 국내에서도 종종 발생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