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것은 물론 외국인의 매매동향에 대한
루머에 따라서도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확대된 지난 5월2일부터
6월18일까지 외국인들이 많이 사들인 30개종목의 평균주가 상승률은 21.1%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10.0%를 2배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엔화 강세와 금리 하락 등으로 지난달 13일부터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화됐던 LG전자 대우중공업 대우증권 LG반도체 현대전자 현대상선
현대건설 삼성중공업 등 8개 종목의 주가상승률은 48.2%에 달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는 루머가 퍼진 지난 18일에는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날 오후 북한이 전쟁불사를 천명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자 마자 외국인들
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현대건설 LG반도체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그동안 장세를 이끌어왔던
종목들이 큰 폭 하락하며 종합주가지수를 19포인트나 끌어내렸다.

그러나 장이 마감된후 집계된 외국인 매매동향은 1백67억원 순매수로
나타났다.

우리증시가 이처럼 외국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한도확대이후
외국인들은 1조6천3백62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반면 <>기관투자가
9천4백49억원 <>개인투자가 5천5백78억원 <>일반법인 1천3백34억원 등
국내인들은 모두 순매도를 기록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기관과 일반이 주식을 헐값에 외국인들에게 넘김으로써 시장주도권이
완전히 외국인에게 넘어간 것이다.

정태욱 쟈딘플레밍 이사는 "최근 주가상승은 외국인들이 한국경제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해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라며 "경제호전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자금유입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증시도 상승기류에서 벗어날 것"
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이번주들어 단기급등한 종목들은 내다팔고 매수규모는
줄이고 있어 지난주만 해도 하루에 약 5백억~6백억원에 달했던 순매수규모가
지난 17일부터 3백억원이하로 급감, 주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찬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