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개혁안에 대해 한국은행 및 3개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이 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청와대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의 반발을 집단이기주의로 간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경제의 백년대계를 위해 경제제도를 고치자는데 대해 기관의 이익을
내세워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기관의 직원들이 불법으로 농성, 쟁의, 파업 등을 할 경우
관련자들을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18일 오전 김인호 경제, 강인섭 정무, 문종수 민정, 심우영 행정, 박세일
사회복지수석 등 5명이 긴급 회동,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도 이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인호 경제수석은 이와관련, "금융개혁은 국가경제의 틀을 재편성해 가는
과정인데 이러한 작업들이 특정기관 직원들의 편의나 이익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된다"며 "그렇게 될 경우 제도개선은 영원히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개혁을 국가경제의 제도개편차원에서 파악해야지 기관의 이익차원에서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김수석은 "영국정부가 최근 영란은행이 갖고 있던 금융감독권을 떼어낼
때 재무장관이 서신 한장을 보내는 것으로 끝났다"며 "정부가 결정하는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노조활동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인섭 정무수석도 "정부의 금융개혁안은 앞으로 당정협의, 국회심의 등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의견을 제시할 경우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수의 힘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관계자들은 특히 한은의 임원을 포함한 간부진들이 앞장서서 반발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간부들이 노조원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은 한은이 평소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책임감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한은처럼 예산을 발권력에 의해 조달하는 기관이 어디 있느냐고 지적,
방만한 경영과 높은 보수체계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다.

청와대나 국회의 예산도 정부예산내에서 편성하는데 반해 한은은 자체
발권력으로 예산을 편성, 비대한 조직과 방만한 경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한은 내부에서도 직원들을 절반이나 3분의1로
줄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한은의 방만한 경영을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공권력을 발동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보고 한은 및
3개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적법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시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