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안을 둘러싸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대립하고 있는 사이에
금융시장이 다시 난기류에 휘말려들고 있다.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자금가수요가 생겨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시장실세금리가 장단기 가릴 것없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는가 하면
일부 대기업은 부도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로인해 금융개혁의 최종 수요자인 기업과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는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이날 연11.65%를 기록,
전일보다 0.15%포인트 올랐으며 하루짜리 콜금리도 0.30%포인트 상승한
연11.48%를 나타냈다.

또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과 기업어음(CP) 할인율도
전일보다 0.1%포인트이상 오르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은행권의 지준적수가 2조5천억원가량 모자라는 등 한때
풍부하던 시중자금사정이 최근들어 크게 악화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에따라 환매채(RP)매입 및 환시장 개입물량방출 등을 통해
시중에 1조2천억원가량의 자금을 풀었지만 불안심리를 잠재우진 못했다.

특히 종금사의 여신축소로 인해 일부기업이 부도위기로까지 몰리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부도리스트도 다시 등장, 금융계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 3개 금융감독기관 노조는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금융개혁안이 강행될 경우 이달말쯤 3개 감독기관
전직원의 총사퇴 및 동시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에선 직원들이 잇따라 농성 및 궐기대회에 참여하는 바람에
부분적인 업무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재경원은 자금시장이 불안 양상을 보이는 것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금융개혁관련법안 입법화를 강행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과 한은직원들의 파업은 불법파업이므로 의법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편 금융시장에 불안심리가 높아지자 기업들은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에 대한 7대시중은행 당좌대출 잔고는 16일의 경우 6천2백22억원가량
순증했으며 대출금리도 지난주말(연12.1 1%)에 비해 0.3%포인트 상승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