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정부의 금융개혁안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신한국당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정부안을 "금융
개악"이라고 비난하면서 현정권에서 충분히 논의하되 차기 정부에서 내용을
최종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금융개혁안의 국회처리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신한국당은 오는 18일 열리는 당정회의에서 최종 입장을 내놓겠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정부가 고심끝에 제시한 방안인 만큼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는 기본원칙을 정해놓고 있다.

한보사태 이후 금융권의 경영합리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은행 등 일부에서 개편안을 놓고 반발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금융개혁이라는 대국적 견지에서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김중위 정책위의장은 "개편안이 장기간 논의를 거듭한 결과이고 더욱이
강경식 경제부총리와 이경식 한은총재가 대국적으로 합의한 것인 만큼 큰
무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의장은 특히 "당정회의에서 합의가 잘되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국당은 그러나 감독기관 노조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조기처리할
경우 노동법파동같은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며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특히 야당 및 한국은행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처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번 개편안이 마련된 배경은 이해하지만 감독
기관통합은 작은 정부 민간자율 전문성 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차기정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한은의 독립성을 제고한 것은 잘된 일이나
감독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3개금융감독기관의 기능을 통합, 금융감독원을
만들고 이를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은 관치금융의 폐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국민회의 일부 당직자들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총리실밑에
"경제안기부"를 두려는 발상이고 여기에 한은총재가 동조한 것은 책임을
방기한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자민련 허남훈 정책위의장도 "사안이 졸속으로 처리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며 "신중한 검토작업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친 뒤 차기 정권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의장은 또 "한은총재가 금통위원장직을 맡게 됐지만 그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만 거치게 함으로써 재경원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지적했다.

김의장은 "지난 14일 허의장과 의견을 조율한 결과 견해차가 거의 없었다"
고 말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앞으로 "느슨한" 금융감독기관간 조정기구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행동통일을 기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 허귀식.김태완.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