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맥주가 17일 창립 64주년과 강원도 홍천공장 준공을 맞아 "하이트그룹"
출범을 공식 선언한다.

조선맥주는 그룹출범에 맞춰 모기업인 조선맥주의 명칭을 "하이트맥주"로
변경하고 하이스코트 동서유리등 나머지 8개 계열사의 이름도 동일명칭으로
통일하는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계열사명칭의 경우 돌림자를 간판상품인 하이트에서 차용, 보배소주의 경우
하이트소주로 개명하는 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조선맥주는 하이트돌풍에 힘입어 지난해 OB맥주를 제치고 맥주업계 1위
자리를 굳힌데 이어 잇단 사업확장을 발판으로 그룹으로서 경영체계를
착실히 다졌다.

하이트그룹이 새롭게 탄생함에 따라 국내주류시장도 두산 진로와 함께
본격적인 그룹경쟁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조선맥주는 그룹출범을 계기로 무분별한 사업확장보다는 맥주 소주 위스키
청주등 모든 주종과 생수등 비주종음료를 함께 취급하는 "물관련 전문기업
집단"을 추구하는 내용의 장기비전도 제시키로 했다.

조선맥주가 이처럼 그룹화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한 것은 기존 조선맥주의
이미지가 하이트브랜드와 접목되지 않는데다 나머지 계열사들도 서로 다른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경영의 구심점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이트그룹으로의 변신은 대내적으로 내부결속을 다지는 것은 물론 재계
14위의 두산그룹과 대등한 주류업체로 발돋움했음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될 것으로 조선맥주측은 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조선맥주와 계열사들은 총 1조4천3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재계순위 4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매출 4조4백억원의 두산에 비해 외형에서 훨씬 뒤처지지만 주류
업계에서 몇 안되는 흑자기업으로 경영성적표는 단연 앞서 있다.

조선맥주는 또 3천5백억원을 투입한 강원도 홍천공장이 오는 26일께 준공
되면 명실상부한 국내최대의 맥주생산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조선맥주의 연간 맥주생산능력은 홍천공장가동과 함께 현재의 83만kl에서
1백17만kl로 증가해 OB맥주의 1백9만kl를 앞지르게된다.

하이트그룹은 두산과 진로에 비해 가장 안정된 경영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향후 청사진이 온통 장미빛만은 아니다.

국내최대 생산능력을 자랑하고 있는 연산 50만kl의 홍천맥주공장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맥주소비의 전반적인 감소추세와 맥주3사의 과잉설비투자가 겹쳐 있는데다
막대한 설비투자에 따른 금융비용도 만만찮다는 분석이다.

조선맥주는 진로가 겪고 있는 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물관련사업에만 전념한다는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하이트그룹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 서명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