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중은행장인사 불개입방침천명"에도 불구하고 관치인사에 대한
금융계의 반발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비상임이사들까지 관치인사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어 장만화
서울은행장의 퇴진과 홍세표 한미은행장의 외환은행장선임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관치인사를 둘러싼 마찰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이같은 마찰은 서울은행장및 한미은행장 선임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여 이들 은행의 은행장선임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행은 11일 확대이사회를 열고 "취임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장행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퇴진하는건 은행을 위해서나 금융계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사표를 받아들일수 없다"고 결정했다.

비상임이사들은 특히 만일 "사표반려" 결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원이 비상임이사직을 사퇴하겠다고 결의, 관치인사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위원장 추원서)도 이날 오후2시 과천재정경제원앞
에서 40개 금융기관대표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금융자율촉구및 관치금융
각본인사 규탄결의대회"를 갖고 "정부당국은 금융자율화와 개혁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관치금융 낙하산 각본인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또 한미은행노동조합도 "외부인사반대를 위한 전직원 서명운동"을 마치고
정부가 인사개입의사를 보일 경우 강력한 반대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이처럼 관치인사에 대한 반대운동이 수그러들기는 커녕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시중은행장인사 불개입원칙이 전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 정부는 이날 서울은행확대이사회가 장행장의 사표를 반려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마자 "은행장사퇴는 사의표명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며 확대
이사회는 결정권이 없다"거나 "필요할 경우 은행장사퇴권고를 내리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섰다.

금융계에서는 이로미뤄 정부의 불개입원칙은 "립 서비스"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원론적인 "선언"을 통해 위기를 넘기려한 제스쳐
라는 것이다.

특히 비상임이사회제도가 엄연하게 시행중인데도 한국은행이 보유한 주식
(48%)을 내세우며 특정인을 밀어 비상임이사회의 존재를 원천적으로 부인
하기에 이르러 있다.

서울은행 비상임이사들이 "우리손으로 뽑은 행장을 3개월만에 바꾸느니
차라리 비상임이사회를 그만두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금융계의 반발이 간단히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점과 재경원의
구태가 개선될 가망이 없다는데 있다.

더욱이 한미은행노조는 물론 금융노련까지 후임 서울은행장 선출을 관치
금융퇴치의 지렛대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어 정부와 금융계의 힘겨루기는
이제부터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