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나이더 지멘스 등 외국업체들이 국내 판매를 위해선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수입형식승인을 얻지않고 산업용전기제품을 불법 유통시켜온 관행에
업계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LG산전 현대중공업 아남산업 등은 최근 다국적기업인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가 지난 92년부터 5년간 매년 40억원씩 모두 2백여억원어치의 제품을
형식승인없이 판매해왔다며 감사원 등 관련기관에 시정조치를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슈나이더사 및 판매대리점 등이 불법유통해온 혐의를
잡고 이를 수사중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배선용 차단기(MCCB) 및 개폐기 등으로 호텔 아파트
공장 등에서 전기가 과부하되거나 정전되는 사고를 막아주는 장비이며
지난해 2천7백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외국제품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10~15%이나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형식승인을 받기 위해선 1억원 이상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반해 불법 유통에 대한 범칙금은 1천만원 이하라는 허점을
노려 외국업체들이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관련제품까지 고려하면
국내산업의 피해는 훨씬 클 것"이라며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수사로 불법 유통된 제품이 수거되기도 힘들뿐더러
재발의 가능성도 많아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수입 형식승인제도는 전기제품의 안전사용 및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제품규격을 심사하는 제도로 미국의 UL마크,유럽의 CE마크 등 전세계가
인증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