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 (Bernar Venet)의
내한전이 3~1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734-8215)에서 열린다.

94년에 이어 두번째로 내한전을 갖는 브네는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대 조각의 거장.

그의 작품은 파리의 라데팡스, 스트라스부르의 보르도와 베를린의
우라니아광장을 비롯 세계 유수의 공공장소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프랑스
퐁피두센터, 벨기에 리에주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설치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 출품작은 3m 내외의 조각 20여점과 쇠를 이용한 소품부조
및 드로잉 등 모두 30여점.

조각의 경우 79년 처음으로 시작한 각과 호를 동시에 사용한 작품과
83년부터 선보인 불확실한 선들의 집합을 주조로 한 근작들이다.

소품부조는 무쇠를 일정한 길이로 자르거나 스프링형태 혹은 반원
모양으로 각각 캔버스위에 배치한뒤 벽에 걸수 있도록 만든 작품.

강하고 경직된 물성을 가진 무쇠를 커다란 동심원을 만들거나 여러개의
원형으로 말아올려 부드럽고 율동감 넘치는 조형물로 재창조,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독특한 기법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

딱딱하게 느껴지는 무쇠를 자유자재로 구부리고 뒤틀어 새로운 조형
세계를 창조하는 기법도 파격적이지만 특히 벽과 바닥까지 예술작품의
구조적인 요소로 사용하는 기발한 테크닉은 가히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완성된 작품은 물론 재료자체도 별개의 조형물로 인식,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는 또 좌대를 없애 작품이 갖고있는 순수한
조형의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틀에 박힌 구성과 기법 등 기존의 질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선 그가
작품을 통해 추구하고 있는 것은 자유로움과 통일성.

무쇠의 육중함이나 투박함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은 자유롭고 경쾌한
리듬감과 함께 완벽한 조화와 통일된 이미지를 강조한 것들이다.

환경조각가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는 그는 쇠처럼 단단하고 중량감있는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스케일이 웅대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 야외조각장에 설치된 쇠로 만든 원형조각은
높이가 20m에 이르고 무게만도 50여t에 이르는 대작.

또 홍콩아트뮤지엄 광장의 조형물과 파리 신시가지 라데팡스의 대형
스틸작품도 수십t에 달하는 대작이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