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시카고 아트페어에 참가, 전작품 매진기록을 세운 서양화가
전광영(53)씨가 4~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 (544-8481)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올해 시카고아트페어에서 1백호짜리 대작 2점을 포함한 8점이 모두
팔려 나가 현지화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전씨는 "서구 미술의 아류내지
모방작보다 한국적인 작품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전씨가 출품한 작품은 우리의 역사와 혼이 담긴 "집합 (Aggregation)"
연작.

한지로 삼각형의 스티로폴을 포장하고 다시 한지로 꼬아만든 끈으로
묶은다음 캔버스위에 촘촘하게 배열,극적인 구성을 연출한 작품이다.

스티로폴을 싼 한지는 전씨가 청계천등에서 구입한 못쓰는 고서를
이용한것.

"우리의 얼과 혼이 담긴 고서를 보자기에 싸듯이 포장해 현대적으로
미니멀하게 배열한 독특한 작품스타일이 동양문화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갖고있는 외국인들에게 어필한 것같다"고.

전씨가 이루어낸 성과가 더욱 값진것은 국내 가격 그대로 작품가를
책정했다는 점.

국제아트페어 참가시 대부분의 국내 작가들이 국내가보다 낮은 작품가를
책정해왔다.

"1백호짜리가 1만7천달러에 판매된 것을 비롯 모두 1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힌 전씨는 "가지고 간 작품이 매진되는 바람에 미처 구입하지
못한 현지 화랑 및 컬렉터들이 다시 주문해 현재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일 작품은 "집합"시리즈 40여점.

전씨는 강원도 홍천 출신으로 홍익대 회화과와 미 필라델피라 미술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번 전시회가 스물다섯번째 개인전.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