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남서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예테보리.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볼보사의 트럭공장과 승용차공장을 만난다.

트럭공장은 77년 설립됐지만 지속적인 시설투자 탓인지 내부가 마치 새로
지은 공장같다.

바닥을 3중으로 쌓아 바로 옆 공정에서 일어난 진동이 전달되지 않을
정도다.

이 공장 노동자들은 2주에 한번씩 1시간가량 자체 미팅을 갖는다.

현장 작업 개선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 회사측도 이때는 라인가동을
중단한다.

생산과정에서 노동자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배려인 것이다.

이 공장의 G 엘리아슨 노무담당부장은 "노동자들의 만족이 곧 소비자의
만족으로 이어진다는게 우리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트럭공장이 활용중인 이같은 작업환경은 미래형 실험적 공장이라 불리는
볼보사 우데발라공장이 가장 먼저 도입, 원조로 꼽힌다.

지난 85년 율린 하머 볼보사 사장이 노동조건개선을 위해 창설한 우데발라
공장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없다.

작업도 자동차 부품 조립에서 완성차가 나오기까지 한 작업팀에서 모든 것을
담당하는 팀제로 운영된다.

한 팀이 한 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팀원들이 단순조립공에 머무는게 아니라 자동차 전체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는 전문가로 변신한다.

노동자가 기계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기계를 조작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구상과 실행"의 통합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이같은 볼보사의 노력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사협력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스웨덴 노동연구소의 크리스찬 베르그렌 교수는 "대량생산 방식에는 맞지
않지만 노동의 창의성을 최대한 높일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트럭공장에서 조금 떨어진 승용차공장에서도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마찬가지다.

차체 운반라인이 90도로 회전해 차체밑 부품을 쉽게 조립할수 있도록 해주는
"틸팅시스템"이 자랑거리다.

노동자가 차체 밑에 드러누워 작업하는 모습을 여기서는 볼수 없다.

이같은 회사측의 작업환경 개선노력은 결국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초기에 들어갈 투자비를 걱정하기에 앞서 노사협력 차원에서 먼 장래를
내다보는 경영자측의 안목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이같은 개선책은 노사 양측이 모든 문제에 대해 서로
합의하고 결론을 이끌어내는 풍토에서 비롯됐다.

크젤 스벤손 인사담당 부사장은 "모든 정책을 노조와 함께 협의한다는게
대원칙"이라며 "인적자원을 중시하고 능력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 볼보사
의 노사관"이라고 말했다.

볼보사 생산직 노조의 잉그바르 앤더슨 위원장도 "지난 74년 협약이후 매달
한번씩 회사대표와 노조대표가 만나 경영정보를 공유하고 노사간 합의를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노사협력의 풍토는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고용문제에서도 엿볼수 있다.

사회보장이 잘 돼있다는 스웨덴도 최근에는 실업률이 12%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볼보 노사간에는 해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다.

만약 근로자가 해고를 당할 경우 정년인 65세까지 임금의 75%를 회사가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느끼지 않고 일할수 있게 된다.

특히 적어도 1년이상 노조측과 협의하면서 재취업 등 각종 실업대책을 마련
할수 있는 점도 돋보이는 장점 가운데 하나다.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은 지난 93년 2개의 공장을 폐쇄하고 1천5백여명의
노동자를 감원했을때 노사간 갈등이 없었던 것도 바로 이런 협력의 정신
때문이었다고 노사 양측은 자랑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