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이냐, 폐지냐"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가 행정규제개혁 차원에서 방송광고 영업을 독점하고 있는 공사의 존폐
여부를 조만간 결정, 내달 임시국회에 법안으로 상정할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광고공사의 진로는 두가지 방향에서 거론되고 있다.

하나는 조직과 기능을 개선해 공사를 존속시키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공사를 해체해 방송사에 광고영업권을 주는 방안이다.

첫번째 안은 역기능이 있기는 하나 이를 개선하면 공사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방송광고의 시간과 가격대를 정하는 독점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공익자금
문제도 개선, 공사의 순기능을 살리는게 실리면에서 낫다는 의견이다.

이는 그동안 줄기차게 공사폐지를 주장해온 야당측이 지난해 말 제기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에 대해 규제개혁 작업을 벌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유경쟁의
시장경제 논리로 접근, 공사의 폐지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공정위측은 "경제전체가 규제 완화로 나가는 마당에 방송광고도 자유경쟁
체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대의명분에 따라 광고영업을 자율에 맡길 경우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할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광고료=시청률"의 등식이 성립, 치열한 시청률 경쟁이 벌어지고
그결과 방송질의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이 과정에서 방송광고료가 폭등하고 자금력에서 밀리는 중소업체들의 방송
광고기회가 감소, 대기업의 방송광고 과점현상이 심화될수 있다.

또 광고를 앞세운 대기업의 방송간섭으로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저해될
소지도 있다.

이밖에 광고회사와 방송사간의 과잉경쟁으로 인한 방송광고거래질서 파괴,
비인기 방송매체의 경영위기 초래, 매체 집행력이 약한 군소광고업체들의
몰락도 우려된다.

이 때문에 공사측은 공공자원인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산업은 일반산업과는
다른 사회문화적 도구이므로 무조건 시장원리를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사실 방송공사는 그동안 역기능에 못지 않게 순기능도 해왔다.

중소기업의 방송광고시간 확대, 광고거래질서 확립, 광고요금체계의 안정화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현재로서는 자유경쟁의 대의명분론(공사폐지)과 전파의 공공성을 감안한
실리론(개선 존속)중 어느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속단할수 없다.

광고영업 자율화에 대해서는 대형방송사 대기업및 대형광고회사 등이 찬성
하는 편인 반면 소규모 방송사나 중소광고회사및 광고주 등 약자들은 공사의
개선 존속을 바라는 분위기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