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뉴욕에서 열렸던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경매는 매우 활기를 띠었다.

뉴욕 경기에 대한 경제인들과 부동산업자들의 낙관적인 전망에 따라
경매장에는 새로운 컬렉터들이 많이 참가했으며 새로운 스타일의 경매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80년대에는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경매장에
나와서 입찰에 응했으나 90년대초부터는 차분히 집에 앉아 전화로
입찰하거나 딜러를 통해서 경매에 참가하는 것이다.

또한 몇 년전까지만해도 최고의 작품들에 많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린 반면 이번 경매에는 10만~1백만달러에 이르는 중간 정도의 그림
드로잉 조각 등에도 많은 입찰자가 응했다.

올봄의 경매에서는 크리스티가 소더비보다 판매면에서 훨씬 우세했다.

크리스티는 현대미술품을 3천만달러, 인상파 작품을 2억3천4백5십만
달러어치 판매, 90년 이후 가장 높은 판매실적을 거두었다.

소더비는 현대미술품을 2천1백9십만달러, 인상파 작품을 1억5십만
달러어치 판매했다.

따라서 올봄 경매 결과를 보면 미술품 경매시장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

크리스티의 현대미술품 경매중 "다이너스티"와 "러브보트"의 TV제작자인
더글러스 크레이머가 내놓은 조각품 엘스워즈 켈리의 "무제" (1988년작,
스테인리스 스틸)는 추정가가 20만~30만달러였으나 전화 입찰자에게
44만2천5백달러에 낙찰되었다.

지난 4월29일자 본지 컬렉션가이드에 소개되었던 소더비 현대미술품중
CBS방송국이 내놓은 프란츠 클라인의 "크로스타운" (1955년작, 흑백추상)은
추정가인 1백5십만달러를 넘어서는 2백2십만달러에 낙찰됐다.

또한 가장 흥미로웠던 현대미술품 경매중 하나는 보스턴 어린이
심장재단이 내놓은 작품들 11점이 판매된 것.

이들 중 로버트 고버의 왁스로 제작된 "소녀의 다리"가 5만~7만달러
가량의 추정가를 훨씬 넘어선 9만6천달러에 낙찰됐다.

키키 스미스의 "오줌누는 사람"은 여러사람이 입찰에 나선 끝에 런던의
딜러인 앤터소니 도페에게 추정가 8만달러보다 3배나 높은 22만3천5백
달러에 낙찰되었다.

크리스티의 인상파 경매에서는 중요한 개인 컬렉션이 경매에 나와 관심을
끌었다.

존 랑글로스 뢰브 (John Langeloth Loeb) 부부의 인상파나 후기 인상파의
그림 드로잉 조각 컬렉션이 29점이나 거래된 것이다.

판매총액이 개인의 컬렉션 판매로는 두 번째로 높은 가격으로 애초에
예상했던 추정가 8천만달러보다 훨씬 웃도는 9천2백70만달러에 이르렀다.

이번 크리스티의 경매에서는 구매자의 반이상이 미국인이었으며 새로운
고객도 많이 등장했다.

특히 경쟁이 심했던 작품은 툴루즈 로트렉의 90년작 "핑크색 스타킹을
신고 앉아 있는 무희"였다.

4명의 전화입찰자와 경매에 직접 참가했던 두 사람이 입찰에 응하여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전화입찰자에게 1천4백50만달러에 팔렸다.

이 작품은 예정가의 상한선인 1천만달러보다 훨씬 높게 낙찰됐으며
뢰브씨가 1963년에 뉴욕의 노들러 (Knoedler&Company) 화랑에서 25만달러에
구입했던 작품이다.

빨간 옷을 입은 세잔부인의 자화상인 "노란의자에 앉아있는 세잔부인"
(1888~1890)은 경매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었다.

5명의 입찰자가 경쟁, 결국 스위스 바젤의 화랑 대표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2천3백10만달러에 낙찰했다.

세잔부인의 자화상은 세잔이 자신의 부인을 그린 4점의 시리즈 중 한점.

다른 작품들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그리고
브라질의 상파울루 미술관에 각각 소장되어있다.

뢰브씨는 이 그림을 1950년 12만5천달러에 뉴욕의 화랑에서 구입했다.

올봄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개인소장품으로 판매되었던 뢰브부부의
작품들은 뉴욕의 파크 애브뉴아파트에 걸렸던 것들로 많은 큐레이터와
미술사가들이 즐겨 방문 했었다.

뢰브부부는 50년대말에서 60년대초에 뇌들러와 같은 유명한 딜러나
경매를 통해 수많은 미술품들을 컬렉션했으며 최근에 사망했다.

< 갤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