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기업들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초강경책으로 내놓은 부도
방지협약은 당초 예상했던 대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경제계는 부도방지협약이 만들어지면 개별금융기관들이 부실징후가 조금
이라도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금을 조기 회수하려고 서두르게 될 것으로
우려했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금융기관으로 확장될 소지가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런 와중에서 "죄없는" 기업들의 연쇄도산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관련부처는 행정지도와 같은 수단을 동원해서 이같은 연쇄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는 상태다.
부도방지협약은 자유시장경제라는 잣대를 기준으로 보면 타당성이나
공정성면에서도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경제현상이란 많은 수의 이해당사자들이 얽히고 설킨 관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책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논리적 타당성과 공정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협약은 득을 보는 측과 실을 입는 측이 너무나 명백했다.
선정 기준도 부채 수준이 일정 정도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게다가 대출을 한 금융권 내부에서도 은행이나 종금사, 그리고 보험사등
저마다의 위치에 따라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설득
하기가 애시당초 무리였다.
어떻든 부도방지협약이 보여주고 있는 부작용은 시장경제원리를 거스른
정책이 어느 정도의 사회적 비용지출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가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