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식 < 소설가 >

첨단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필요한게 권선징악이다.

"흥부전"은 우리 선인들의 해학넘치는 슬기로움을 엿볼수 있는 권선징악의
원조라할 고전이라 몇 차례에 걸쳐 읽었다.

작중 인물 중 숱한 서민.천민들이 등장, 양반층을 속시원이 골려주는 장면은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풀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가난한 장면 묘사만 해도 너무나 풍자적이다.

"집안을 다 뒤져도 먹을 것이라곤 싸래기 한 줌 없더이다.

개다리 소반 네발은 하늘만 축수하고 춤추며, 이빠진 사발대접들은 실강에서
사흘 나흘 그대로 엎어져 있더라.

밥을 지어먹자 들면 책력 긴줄 보아 갑자일이 되어야 솥에 쌀이 들어가니...

새양쥐 이집에서 쌀알갱이 하나 얻으려고 열사흘 쏘다니다 다리에 가래톳
나 파종하고 앓는 소리 세 동리를 떠드니 어찌 아니 슬플소냐"

이렇듯 가난하게 산 흥부가 땅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제비새끼를 주워다
정성껏 동여매 치료시켜 나려보낸다.

이름해 그 제비가 은혜를 갚기 위해 박씨 한 개를 물어다 흥부네 뜰에
떨어뜨린다.

울밑에 심은 박이 가을이 되자 주렁주렁 잘도 여물어 타보니, 뜻밖에도
선약을 비롯한 온갖 보물들이 한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흥부를 본 형 놀부가 자초지종을 듣고는 일부러
제비새끼 다리를 부러뜨려 실로 동여매 준다.

그 제비 역시 다음해 봄에 박씨 한개를 물고 왔다.

그런데 놀부가 심은 박속에서는 상여와 무당을 비롯한 온갖 괴물이 나타나
전재산을 약탈해 갔으며 마지막으로 박속에서 나온 똥이 고의 집은 물론이고
이웃까지 똥바다를 이룬다.

마음씨 착한 흥부는 이처럼 패가망신 한 놀보를 자기집에 모셔다 함께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금년은 "문화유산의 해"다.

그런데도 고궁을 비롯한 고찰 등 숱한 문화유산들이 매스콤에 선보였지만,
우리 고전에 대한 이해와 홍부(현대어에 맞도록 보완 발간)에는 미진한
느낌이 있어 안타깝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