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형 산은총재가 20일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한보철강에 연루된 은행장들
은 구속되거나 중도하차하는 등 모두 불명예퇴진의 운명을 맞게 됐다.

김총재의 사의표명소식을 들은 임직원들은 "내부승진이 바람직하겠지만
외부에서 임명되더라도 금융을 잘 아는 사람이면 무난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적임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경원의 강만수 차관 통산부의 한덕수 차관 해양수산부의 장승우 차관은
모두 지난 3월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일단 배제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김시형 총재가 산업은행 총재를 맡기전 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을
지냈던 점에 비춰볼때 총리실의 조건호 총리비서실장이나 이규호 행정조정
실장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또 경제기획원 출신인 이영탁 교육부차관도 적임자로 오르내린다.

한편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사의를 표명한 장명선 외환은행장 후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외환은행 비상임이사들은 20일 은행장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후임행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비상임이사들간에 의견이 엇갈려 회의를 30일로 연기
했다.

후임행장으로는 현재 박준환 조성진 두 전무가 유력하나 후보선출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외부인사 영입설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10일 임기 만료되는 장행장은 당초 "장담"과는 달리
임기를 모두 채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상임이사들이 장행장에게 중도퇴진의 불명예를
주지 않기 위해 "얕은 꾀"를 쓰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조일훈.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