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부도를 낸 한보그룹과 국내 3대 문구업체인 마이크로코리아의 부실
리스 여신 현황에 대해 정부는 이미 지난 95년말 특별조사를 실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 적어도 한보의 자금난에
대해서도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재경원은 95년말 리스업계 감사에서 한보그룹 계열사
상당수와 마이크로코리아 계열사, 그리고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N사 등에
대해 "리스및 렌털 실적을 빠짐없이 조사 보고할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경원은 일부 리스업체가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 관행처럼 해준 공리스와
중복리스를 적발하기 위해 당시 감사에서 25개 대상기업을 지정했는데
상당수가 올들어 부도 나거나 극심한 자금난을 겪은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공리스는 기계설비 등이 없는데도 장부를 조작, 리스사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것이고 중복리스는 같은 기계설비로 여러 곳에서 리스여신을 받는 것을
말한다.

시설투자 재원으로 써야 하는 리스를 긴급 운전자금으로 끌어다 쓰기 위해
변칙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셈이다.

따라서 이같은 변칙 리스를 적발하기 위한 조사 대상기업에 최근들어 부실
징후를 보인 기업을 포함 시켰다는 것은 정부가 이들 기업의 부실징후를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