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방지협약은 중소기업들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한가"

지난 4월 만들어진 부도방지협약이 진로그룹에 처음으로 적용돼 진로그룹의
부도를 막긴 했지만 부실징후를 보이는 중소기업들에겐 부도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있지 않아 유망중소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특히 종금사 등 제2금융회사들은 자금악화설이 나돌기만 하면 해당기업
대출금을 회수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다.

15일 최종 부도난 삼립식품과 계열사들을 보더라도 비록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다 부채비율도 6백25%에 이르고 있지만 3백55.9%의 유보율을
나타내는 등 "기본적인 체력"은 튼튼한 중소기업이었다.

그러나 청솔 한길 현대종금과 성원파이낸스가 만기돌아온 50억원의 어음을
연장해주지 않아 결국 부도처리됐다.

이에 앞서 상장 중견모방업체인 유성은 지난 7일 2억2천7백만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

자본금이 1백50억원인 유성은 지난해 매출액 5백75억원에 4억3천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을 비롯,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의 경우 3백3.9%로 결코 높다고 할수 없는 수준이었다.

유성도 한보 부도이후 제2금융권이 만기어음을 연장해주지 않아 부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87년 만들어진 기업정상화 협정이 있는데다
은감원도 "화의"제도를 활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같은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을 살릴 주거래은행이나 최다채권은행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은 관계당국.기관에 "은행여신잔액
2천5백억원" 기준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부도방지협약의 탄생자체가 정책적으로 이뤄진 만큼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당국의 확고한 의지가 있으면 협약을 개정해서라도 중소기업
연쇄부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