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개설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그 역할은 미미합니다.

코스닥기업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자금조달목적을 충분히 달성할수
있다면 많은 벤처기업들도 굳이 상장하지 않고 코스닥시장에 남아 있으려
할 것입니다"

대표적인 벤처성공기업인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케이씨텍의 고석태 사장을
만나 벤처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코스닥시장 발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코스닥시장의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아직까지 대부분 기업들은 코스닥시장을 상장 전단계로 활용하고 있지
자금조달창구로 이용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또 유동성이 떨어지고 거래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점입니다.

코스닥시장도 활발한 자금조달이 가능해지도록 지분분산 요건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일반인들의 인식도 중요합니다.

일반인들에게 코스닥시장이 발전가능성 있는 기업들을 초기에 투자할수
있는 장으로 인식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잇따라 벤처기업 육성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일 돈이나 빌리러 다니는 것이
벤처기업 사장의 일로 여겨지던 일반인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만으로도 성과가
컸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의 정책의지가 말단 행정관서에까지 제대로 전파되지
못해 각종 규제가 남아 있습니다.

말만 요란한 정책이 아니라 실천력이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내놔야
할 것입니다

현대전자가 스코틀랜드에 건설중인 공장을 방문한 것이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큰 사무실을 무료로 내줬고 전담요원도 배치하는 등
우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문제가 핵심일텐데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창업투자회사는 기술투자회사의 성격보다 금융기관 성격이
강합니다.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어렵습니다.

금융기관이나 창투사들이 기술력을 제대로 분석할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모험투자가 가능합니다.

명예퇴직자들이 줄지어 식당을 개업하는 바람에 식당가가 불경기를 맞고
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식당을 차리는 자금들이 벤처기업 투자자금으로 활용된다면 우리 경제가
훨씬 타아질텐데 하는 생각도 가져봤습니다.

우량한 벤처기업을 발굴, 투자하는 에인젤클럽이 생겨나는 등 희망적인
모습이 보이고 있어 다행입니다"

-지난해 벤처기업 대상을 수상했고 올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는 등 기업이
안정성장 궤도에 진입했다고 보는데 그동안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벤처기업의 성패는 사람에 달려 있습니다.

벤처기업은 결국 기술로 승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기술력은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상품화되지 않는 기술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저희 회사가 상장을 추진하는 큰 이유중 하나도 지명도를 높여 고급인력을
확보를 가능케 하려는 것입니다.

신입사원은 채용조차 어렵고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기술인력을 산업에 활용할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김남국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