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국책사업이 해당부처의 주먹구구식 공사비산정과 부실한 설계,
과다한 보상비 지출 등으로 사업초기에 산정했던 예산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어 예산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남강댐, 용담댐, 김해공항 확장, 인천국제공항,
새만금방조제, 경부고속전철 등 주요 국책사업의 공사비 예산이 사업초기에
계획했던 것보다 최고 5배까지 불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오는 98년 완공예정인 경남 진주 남강댐의 경우 지난 87년 사업초기에
확정한 사업비 총예산은 1천6백94억원이었으나 지난 4월에 수정한 예산은
8천2백70억원으로 약 4.9배에 달했다.

이처럼 공사비가 늘어난 것은 보상지역 주민들의 집단민원으로 보상비
감정가격이 공시지가보다 과다하게 산정됨에 따라 당초 7백73억원으로
예상했던 보상비가 6천7백44억원으로 무려 8.7배에 달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또 전북 진안 용담댐(공사기간 90~99년)은 사업초기의 공사비 예상액은
3천5백53억원이었으나 금년 4월에 수정한 예산은 1조2천3억원으로 3.4배에
이르렀다.

용담댐의 공사비가 급증한 것은 댐과 터널 위치의 변경으로 기본계획상의
총사업비와 실시설계가 큰 격차를 보인데다 지역주민들의 민원으로 보상비가
초기 예산상의 1천1백53억원에서 8천3백70억원으로 7.3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87년에 착공, 99년에 완공예정인 김해공항 확장공사는 초기의 7백39억원
에서 지난 4월 수정분이 2천6백86억원으로 3.6배에 달했다.

이는 지반에 대한 조사를 잘못하면서 사업계획을 여러차례 변경한데다
공기를 연장하면서 물가상승 부담분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91년에 착공, 2001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북지역의 새만금
방조제 공사비도 8천2백억원에서 1.6배인 1조2천3백35억원으로 늘어났다.

사업추진과정에서 보상비의 수요가 1천2백억원에서 3천6백80억원으로
3.1배에 달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지난 92년에 착공한 인천국제공항건설도 사업비가 3조4천1백65억원에서
7조8천78억원으로 2.3배로 불어났으며 최근 부실공사로 물의를 빚고 있는
경부고속전철의 사업비도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추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는 2001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경부고속전철의 사업비는 지난 92년에
5조8천4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산정했으나 금년도 예산까지 이미
3조4천9백76억원이 투입됐으며 앞으로 설계의 변경, 공기지연,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총공사비가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이처럼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대폭 확대되고 있는 것은
관계부처나 자치단체에서 일단 공사승인을 맡고 보자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예산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설계가 멋대로 변경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보상비가 급증하는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치밀하지 못한 사업계획 수립에 따라 공사의 부실화와
예산낭비가 초래되고 있다면서 특히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지역숙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공사를 승인하는 사례가 많아 부작용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