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시장에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다.

국제곡물시세가 하반기부터 폭등락을 거듭하는 불안한 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수출국인 미국의 농장자유화법 시행으로 기존 시장질서가
흔들리게된 것이 주요인이다.

이 조치로 농민들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재배작물을 선택하게 됐다.

이에 따라 파종기를 맞은 미국 농민들은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가 고민중
이다.

전문가들은 콩 등 일부곡종의 파종면적이 지나치게 늘어날 경우 이는
전체곡물시장의 혼란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장자유화법의 핵심은 미국정부가 재배작물에 대한 보조금을 차등화하지
않고 정액제로 지급하는 것.

이른바 "부족불지급" 제도를 20여년만에 폐지한 것이다.

부족불제도는 수확기의 시장가격이 당초 예상가격보다 낮아질때 정부가
그 차액을 곡물에 따라 차등보상해줌으로써 공급량을 통제해온 제도였다.

또 자유화법에 따라 농민들은 일정토지를 휴경지화할 의무가 없어졌다.

정부관리의 곡물비축량도 감축된다.

이같은 조치로 곡물시장에 대한 가격완충기능이 현저히 약화된 것이다.

이로인해 하반기들어 곡물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강한 상승탄력을 받게
되리라는 분석이다.

반대로 내림세로 접어들면 일시에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같은 전망의 대표자는 주요곡물중개업체 앤드슨스의 곡물거래매니저
윌리엄 도드씨.

그는 가축사육농가와 수출업자들이 지금 추세로 콩소비를 지속한다면
재고가 바닥나는 올 여름께 콩값은 최근 부셸당 8달러선에서 10달러로 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콩재고는 현재 20년만에 최저수준이다.

반면 수확기인 가을에 풍작을 거둘 경우 6달러로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농무부가 최근 농가를 대상으로 희망재배작물을 조사한 결과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올해 콩재배면적은 전년대비 7.2% 늘어난 6천8백80만에이커로 예상된다.

평년기후를 기준으로 할때 수확량 27억부셸로 추정된다.

옥수수재배면적은 2.4% 늘어난 8천1백40만에이커,생산량은 97억부셸로
예상된다.

모두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분량이다.

이로써 옥수수가격도 최근의 부셸당 3달러 내외에서 여름께 4달러선으로
폭등한 뒤 수확기에 접어들면 부셸당 2.5달러선으로 급락할 전망이다.

콩과 옥수수의 파종면적 증가분중 일부는 밀경작지에서 전용될 것 같다.

밀값 상승세가 올들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지난 주말로 밀값은 부셸당 4.16달러로 올들어 9% 상승했다.

옥수수와 콩은 올들어 각각 14% 28%정도 올랐다.

이와 관련, 노스다코다주의 농부들은 올 봄밀재배를 지난해보다 20%정도
줄일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곡창지대에서 성장중인 겨울밀의 70%가 최근 작황상태 "최우수"
판정을 받아 풍작이 예상된다.

이는 가격하락요인이다.

대부분의 시장관계자들은 올해 곡물가격전망이 그 어느해보다 어렵다고
토로한다.

농부들이 파종직전 얼마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공급전망이
어렵다는 것이다.

각국의 수요예상치도 현재로선 매우 불투명하다.

미주리대 식량농업정책연구소(APRI) 애브너 워맥소장은 "작물재배와 곡물
가격이 이제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