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낮 기온이 섭씨 25도를 오르내리는 늦은 봄.

성급한 사람들은 반팔을 입기도 하지만 그건 아직 이른듯 하고 산뜻한
변화는 주고 싶고.

5부와 7부소매가 그 해답으로 떠올랐다.

5부.7부란 5분의 1.7분의 1을 의미하는 수치.

5부소매는 소매 전체의 절반 즉 팔꿈치, 7부소매는 팔꿈치와 손목의 가운데
정도길이를 말한다.

5부.7부소매는 원래 실내용 가운에 많이 쓰이는 방식으로 겉에 입을 때는
봄가을용 옷에 부분적으로 사용됐다.

정확히 떨어지는 긴팔 또는 반소매와 달리 2가지를 절충한 방식이어서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느낌이 특징.

올봄 5부와 7부소매를 부각시킨 원인은 로맨티시즘과 버뮤다팬츠(무릎 혹은
7부길이 바지).

여성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로맨티시즘이 유행함에 따라 부드럽고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다양한 길이의 소매가 늘었고, 버뮤다팬츠 등으로
바지길이가 다양해짐에 따라 소매길이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5부.7부상의의 디자인도 2가지로 나뉜다.

하늘하늘한 망사 블라우스가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쪽이라면 스트레치
소재의 타이트한 셔츠는 스포티한 느낌을 낸다.

올봄 해외디자이너중 가장 눈에 띄게 7부소매를 사용한 사람은 베르사체.

부드러운 시퐁소재 원피스에 목과 소매를 넓은 프릴로 처리해 올해 로맨틱
패션의 선두주자로 꼽혔다.

베르사체가 모범답안을 제시한듯 올 봄에 나온 7부소매 블라우스는 거의
모두 소매를 프릴처리(일명 나팔소매)했다.

이런 소매는 팔꿈치까지는 소매둘레에 맞춰 내려오다가 팔꿈치부터 7~8cm
길이를 넓게 퍼지는 프릴로 만드는 방법이 보편적이다.

몸에 붙는 소재로는 니트가 단연 돋보인다.

니트소재의 5부.7부소매는 원피스 V네크티셔츠 라운드네크T셔츠 등 다양한
품목에 두루 사용된다.

남방셔츠의 경우 칼라와 소매단을 비슷한 모양으로 처리한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칼라 끝이 둥글면 소매단도 동그랗게, 칼라를 레이스로 처리하면 소매단도
레이스를 붙이는 식이다.

하의의 종류는 상의가 결정한다.

타이트한 니트T셔츠에는 날씬한 시가렛팬츠가 어울리며 하늘하늘한 블라우스
에는 무릎길이의 A라인 스커트가 적합하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