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7~8개 종금사와 증권사들은 24일 한국자금중개주식회사를 통한 중개콜시장
에서 2천5백억원의 콜자금을 제때 구하지 못해 영업마감시간인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은행의 긴급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결제했다.

지난 23일에도 일부 종금사들은 오후 5시까지 대규모 콜자금을 막지
못했었다.

보통 오후 4시30분 정도이면 대규모 콜자금 차입을 마무리하는 종금사 등
제2금융기관들이 이같이 늦게 부족자금을 결제한 것은 올들어 처음있는
일이다.

이날 전체적인 시중유동성이 잉여상태를 보였음에도 일부 종금사와 증권사
들이 자금결제에 애를 먹었던 것은 자금에 여유가 있는 은행들이 보수적인
자금운용으로 돌아선데 따른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한은이 지난 23일과 24일 이틀 연속 각각 6천억원씩
총 1조2천억원을 규제하자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선 한은이 KDI의 통화확대
주장에 쐐기를 박기 위해 통화환수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나돌아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재정경제원이 지난 23일 2천6백67억원의 국채인수금융을 지원한데
이어 오는 28일 국고여유자금 1조원을 19일물로 운용키로 하는 등 통화공급
기미를 보이자 한은이 서둘러 통화환수에 나섰다는 분석도 금융시장 위축을
심화시켰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그러나 "KDI의 통화팽창 주장에 반대하는건 분명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유동성을 흡수한 것은 아니다"며 "단지 은행지준이 잉여상태를 보이고
있는데다 오는 28일 3조원의 부가세 환수에 대비, 미리 자금을 규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이 6천억원의 자금을 빨아들인 이날 은행지준은 4천억원(적수기준)
의 잉여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기관들은 부가세 납부를 앞두고 여유있게 통화를
운용하는게 상례인 것으로 비춰볼때 다소 이례적인 것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