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 금광도시 요하네스버그 등에서는 흑인들의 봉기가
끊이질 않았다.

ANC(남아공 민족회의)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를 분쇄하라며 국민들의
총궐기를 촉구했으며 백인경찰들은 무장진압을 서슴지 않았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현재 남아공은 평화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인종차별은 역사속의 언어로 남게 됐으며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기적의 해부-아파르트헤이트의 종말과 새 남아공의
탄생(Anatomy of Miracle)"(노튼출판사)은 남아공이 인종간 대타협에
성공하게 된 과정을 분석했다.

저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지의 요하네스버그 지국장을 지낸 패티 발트마이어.

이 책에 따르면 1986년께 백인정부 지도자들은 해외추방자 및 넬슨 만델라
등 수감자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특히 만델라는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코비 코에씨와 "무혈혁명"을 위한
회담을 수차례 가졌으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재구성키로 합의했다.

저자는 양 지도부의 대화와 타협을 높이 평가했다.

"일반에게 알려진 것과 다르게 ANC와 남아공정부 사이에는 비공식채널이
존재했다.

서로에 대한 무한투쟁이 국가 전체적으로 해악만을 초래할 것이란 인식이
남아공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남아공에서는 80년대 후반부터 흑백간의 대타협이 시도됐다.

백인들은 우수한 기술을 흑인들에게 이전시켜주기 시작했으며 흑인들은
과격한 노동운동을 자제했다.

흑인들의 풍부한 노동력과 백인의 자본이 결합돼 비약적인 경제성장이
달성됐다.

남아공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90년대 이후 경제성장은 80년대의 2배에
달했다.

그러나 이 책은 지도부의 정략에 따른 타협만을 강조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 위크 최신호는 "남아공의 복잡한 정치 경제 상황변화에
대한 설명없이 지도부의 움직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