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명이 인질로 잡혀있던 페루 일본대사관저에 대한 강제진압이 끝나자마자
와이셔츠차림에 방탄조끼를 입은 한 사람이 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다소 들뜬 표정으로 작전에 성공한 군인들을 치하했고 군인들은
국가를 부르며 열렬히 환영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

주요 정부정책의 결정과정에서 어느 누구와도 협의를 하지 않는 "원맨
정치가".

그가 지난해 12월 투팍 아마루 반군들이 대사관저를 점거하고 인질극에
돌입한지 18주만에 초강경 작전으로 사태를 끝내는 장면이다.

그의 은밀하면서도 대담한 행동은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 92년 4월 부패와 테러추방을 양대 슬로건으로 내걸고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국회를 해산하고 다시 총선을 실시하는 전격조치를 취해 전세계를
놀라게 한적도 있다.

일본 이민 2세인 그는 라모리나 국립농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유학한 뒤 모교 교수를 역임
했다.

87년부터 89년까지 국영TV 정치프로그램의 사회자로서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90년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된 뒤 무려 7천%가 넘는 인플레를
잡는데 성공, 95년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됐다.

지난해 헌법 해석을 변경, 3선의 길을 열어놓는등 독재자라는 비난도
있지만 이번 진압작전 성공은 그의 정치적 입지를 밝게 해주고 있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