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그늘 아래서 벨텔의 편질 읽노라. 분홍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4월의 노래" "그대 있음에" "물레" 등의 가곡으로 유명한 작곡가
김순애씨가 희수를 맞았다.

이를 기념, 제자와 후학들이 "희수에 부치는 4월의 노래-김순애 가곡의
밤"을 24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연다.

20세기 한국음악을 만드는데 평생을 바친 노작곡가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는 자리인 셈.

"일생동안 내 마음에 스며드는 소리를 찾았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때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작곡하는 사람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마음속에서 창작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무대에는 오현명 안형일 이규도 이승희 남덕우 정영자씨 등 국내
톱성악가들이 총출연, 김씨가 17세때 지은 "눈"과 최근 작곡한
"해바라기" 등 18곡을 부른다.

"희수를 맞은 게 뭐 대단한 거냐고 말렸는 데도 기어코 돈을 추렴해
공연을 준비하더군요.

저로서는 한없이 영광스럽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지병인 당뇨때문에 한양대병원에 입원치료중인 김씨는 몸이 많이 좋아져
행사장에 참석할 수 있을 것같다며 기뻐했다.

1920년 황해도 안악에서 김성노 목사의 6남매중 3녀로 태어난 김씨는
39년 이화여전에 작곡과가 신설되자 은사 김세형교수의 권유에 따라
피아노 전공에서 작곡으로 길을 바꿨다.

55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스트만음대 대학원을 마치고 귀국, 이화여대에
30년 가까이 몸담았다.

60년간 작곡하면서 가곡 오페라 기악곡 동요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가장 아끼는 작품은 교향곡과 교성곡 "당신은 새벽에 나의 목소리를",
수백편에 달하는 가곡중에는 "사랑" (피천득)과 "바램의 노래" (조지훈)를
좋아한다고.

"작곡가에게 다른 바램이 뭐가 있겠어요.

살아있는 날까지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어야죠. 소원이 있다면 최근
개정작업을 끝낸 오페라 "직녀여 직녀여"를 무대에 올려보는 것입니다"

지금도 가끔 모교 강단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김씨는 "서양음악을
수용한 지도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며 "이제는 우리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전세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말을 맺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