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정취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면 동화마을로 떠나자. 한국관광공사가 12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로 ‘겨울 속 동화마을’을 꼽았다. 추천 여행지는 ▲이탈리아마을 피노키오와다빈치(경기 가평) ▲하이원추추파크(강원 삼척) ▲대동하늘공원(대전 동구) ▲기차 타고 떠나는 분천산타마을(경북 봉화) ▲유럽마을 엥겔베르그(전북 정읍) 등이다. 이색 테마로 꾸며진 환상적인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가평 '이탈리아마을 피노키오와다빈치'예술과 문화가 함께하는 가평의 호젓한 자연 속에서 순수와 낭만을 다시금 꺼내 본다. 한국 속 유럽이라 불리는 이탈리아마을 피노키오와다빈치는 2021년 5월 개관한 국내 유일의 이탈리아 테마파크다. 3만 3000여㎡ 규모의 너른 부지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옮겨 조성했다. 이탈리아 예술과 문화의 향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각각의 이야기가 담긴 총 23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관람하는 내내 흡사 이탈리아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마을 피노키오와다빈치의 주요 테마는 ‘피노키오’와 ‘다빈치’다. ‘피노키오의 모험’을 쓴 작가 카를로 콜로디를 기리는 콜로디 재단과 정식 제휴를 맺어 피노키오를 주제로 흥미로운 전시와 공연을 상설 진행한다. 또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티브로 그의 업적과 행보를 살펴볼 수 있는 관련 작품 등을 전시한다. 12월이면 ‘피노키오&어린왕자 별빛축제’를 진행해 마을 전체가 겨우내 반짝반짝 빛난다. 통합요금으로 자매 마을인 쁘띠프랑스를 함께 관
"정서를 번역하는 일이 가장 중요해요. 비싼 티켓값을 내고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건 일상에서 느끼기 어려운 카타르시스를 느끼러 오시는 거니까요."'미국식 유머', '한국식 유머'라는 말이 있다. 한 문화권에서 통하는 개그가 의미 그대로 번역돼도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말하면 분위기가 싸해질 수 있다. 공연 번역가 김수빈이 "정서를 번역한다"고 표현한 이유다. 음악과 대사로 희로애락을 무대 위에서 그리는 뮤지컬은 만들어진 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진하게 배어 있다. 그렇기에 뮤지컬을 단순하게 직역하게 되면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공연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보고도 한국 관객이 웃고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감정을 옮기는 일'이 공연 번역가의 임무다.김 번역가는 10년째 무대 뒤에서 '감정을 옮겨온' 국내 대표 공연 전문 번역가 중 한명이다. '스위니 토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물랑루즈!' 등 뮤지컬들은 공연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본 적이 있을 굵직한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지난 22일 만난 김 번역가는 개막을 앞둔 뮤지컬 '시라노'의 준비에 한창이었다. '시라노'는 18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뛰어난 검술과 언변을 겸비했지만, 코가 기형적으로 큰 추남 시라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록산이라는 여성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외모 때문에 고백하지 못하고 그의 친구 크리스티앙을 통해 사랑을 전하는 절절한 이야기다. '지킬 앤 하이드', '웃는남자' 등 음악으로 사랑받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대표작 중 하나다.2017년, 2019년 이후 세
사진작가 구본창의 '사물의 초상'전을 보기 위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Asian Cultural Center)를 향해 가면서 우연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KTX 시간이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이건 대구와 같은 거리라는 셈인데, 포털 백과사전을 들춰 보니 두 도시 모두 북위 35도 선에 똑같이 걸쳐 있다는 것이었다. 두 도시는 동서를 정확하게 마주하고 있다.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역사적으로 완벽하게 다른 방향을 향해 질주해 왔을까. 한쪽은 우. 한쪽은 좌.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광주를 가 보면 예상보다 매우 가까운 도시라는 걸 알 수가 있다.구본창의 '사물의 초상'전은 영어로 ‘The Looking of Things’이다. 한편으로 보면 사물을 쳐다본다, 응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것은 사물과 세상을 대하는 방식, 그 시선에 대한 것이다.구본창의 시선은 늘 다소 수동적이거나 관조적인 것으로, 그래서 그의 작품이 독일식 관념 철학에 뿌리를 뒀을 것이라는 추측을 갖게 한다. 작가들은 남들과 비교해서 얘기하는 것을 늘 싫어하겠지만 구본창의 사진은 (현재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배병우의 그것과 대구와 광주만큼 차이를 갖는 것이다.배병우는 소나무 사이 단 한줄기의 햇살을 담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산을 오른다. 트라이포드와 사진 가방을 메고 헉헉대며 오르다 저 정상 너머에서 기슭으로 여명이 들이닥칠 때쯤 셔터를 누른다. 순간의 찰칵이고, 그 소리에 흠칫 오르가즘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배병우의 사진은 노동집약형이며 그는 작품엔 노동자의 노고가 담겨 있다.반면에 구본창은 말 그대로 ‘사물의 초상’을 찍어 온 사람이다. 닫힌 공간, 마주하고